도굴범 서상복 “내년 1월 또다른 직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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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범 서상복 “내년 1월 또다른 직지 공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11.30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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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선 여사 타계 후 “옌벤·도쿄에 2권 더 있다” 주장
청주시 “서씨 수감 중에 수차 면회했지만 신빙성 없어”

국내 문화재 도굴의 1인자로 그동안 “직지 상권(上卷) 2권을 도굴했다”고 주장해왔던 서상복(50)씨가 최근 자신이 도굴한 2권 중 1권은 중국 옌벤에, 다른 1권은 일본 도쿄에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11월26일자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기사를 쓴 황성기 기자는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법정에서 서씨를 만나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대구교도소에서 출소한 서씨는 수감 중에도 자신이 직지를 도굴해 보관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혀왔으나 문화재청과 청주시 관계자가 수차례 서씨를 면회한 결과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직지의 소재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더욱이 서씨는 “내년 1월쯤 2권 가운데 일본에 보관 중인 직지의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밝혀 진위 여부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씨가 1999년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에서 훔친 직지는 지인 H(일본 거주)씨를 통해 일본으로 옮겨졌으며, 2000년 경북 안동 광흥사에서 훔친 직지는 역시 지인인 조선족 K(중국 거주)씨를 통해 중국에 보관 중이다. 2권의 직지는 모두 불상 안에 보관해 왔던 복장(服裝) 유물이다. 이 가운데 광흥사 직지는 훔칠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봉원사 직지는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서씨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광흥사 직지는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있으며 일본에 있는 봉원사 직지는 직지찾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청주시와 협의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 넘기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씨는 또 “타계하신 박병선 박사가 살아계실 때 직지를 선물해 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 “청주시에 박 박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시 “서씨와는 거래 안 해”

일단 또 다른 직지의 존재가 확인된다면 이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빅뉴스임에 틀림이 없다. 더구나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직지가 상하 2권 가운데 하권이라는 점에서 서씨의 말 대로 훔친 직지가 상권일 경우 그 가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일단 “서씨의 주장을 신뢰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실낱같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금속활자본인 만큼 최소 수십, 수백권을 찍어냈을 것이라는 막연한 가능성과 함께, 전국의 상당수 유명사찰들이 서씨의 솜씨(?)에 속절없이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주시 관계자의 반응은 한마디로 말해 냉소적이다. 황정하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또 다른 직지의 존재가 밝혀진다면 말할 수 없이 반가운 일이다. 어떠한 방법이 됐든 소장할 용의가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서씨와 거래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황정하 실장은 그 이유에 대해 “문화재 절도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04년 법 개정으로 공소시효가 지난 장물의 경우 은닉, 거래자를 처벌하고 압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씨가 훔친 장소까지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에 원래 소유주인 사찰로 귀속되는 것이 맞고 따라서 거래를 하더라도 사찰과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황 실장은 또 “서씨의 직지 소유 주장은 전에도 여러 번 나왔던 얘기다. 1년에 한번씩은 나왔다. 다만 옌벤과 도쿄에 직지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나온 얘기라서 주목할 만하다. 당사자가 내년 1월에 사진을 공개한다니 일단 지켜보자”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러나 서씨가 청주시에 박병선 박사와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다. 박 박사가 세상을 떠나고 나니 떠드는 얘기일 것”이라며 일축했다.

박병선 박사 타계하니 거래할 때가 됐나?
‘훔친 직지’를 내놓고 판다면 진짜 고수!
환금시기 노린 공론화라도 뜻 이루기는…

▲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 하권. 도굴범 서상복씨가 주장하는 또 다른 직지의 존재는 어쨌든 내년 1월 진위 여부가 밝혀질 전망이다.
어쨌든 서상복씨가 또 다른 직지의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면 자신감에 차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또 직지가 아닌 다른 고서를 직지로 혼동할 만큼 초보도 아니다. 19세부터 도굴과 문화재 절도를 배우기 시작해 이미 20년 전에 이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청주시와 거래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종룡 청주시의회 의원이 직지찾기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직지찾기운동 지원사업 운영조례’를 발의하면서 “직지를 찾게 될 경우 구입자금으로 100억원을 책정하자”는 주장을 했고 이같은 내용이 당시 공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서씨의 안테나에 포착됐던 것이다.

당시 직지세계화추진단장을 맡았던 이동주 도시관리국장은 “서씨가 청주시장은 물론이고 도지사, 유력정치인 앞으로 탄원서를 보냈다. 사실 확인을 위해 2005년을 전후해 2차례 면회를 갔다. 문화재 사범단속의 권위자인 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이 동행했다. 결론은 정황이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국장은 또 “설령 훔쳤다하더라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담당 검사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더라. 100억원이 걸린 문제다.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칼부림이 날 수 있는데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오픈할 리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서씨는 장물거래에 있어서도 전문가다. 박병선 박사 타계 직후 또 다른 직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 그 값어치가 폭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광흥사 직지는 국가에 기증하고 봉원사 직지는 팔겠다는 얘기는 절도 문화재 거래에 따른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그래도 2001년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을 시장에 내놓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엄연한 장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론화시켜 값을 올린 뒤 암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서씨의 삶이 영화와 같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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