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애칭 불리는 奉仕 할아버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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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애칭 불리는 奉仕 할아버지 ‘눈길’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12.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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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군 남일면 박면수 옹 명예경찰·우산 아저씨 된 사연
초등생 횡단보도 사망사고 목격후 30여년 교통지도 봉사

청원군 남일면 효촌 7리에 사는 박면수(76)옹. 그는 명예교통경찰, 우산 아저씨, 의용소방대원 등 수많은 애칭을 갖고 있다. 30여 년 전인 그의 나이 46살 때에 우연히 남일면사무소 앞 사거리를 지나다가 초등학생이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를 목격한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학생들의 등굣길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15년 세월을 하루 같이 남일면사무소 앞에서 교통지도 봉사를 하다 보니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우면 어김없이 안부 전화가 걸려 온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실 갈 시간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박 옹은 15년 전부터는 남일초등학교 앞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교통지도 봉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박 옹의 봉사정신을 높이 사 얼마 전 권수각 청남경찰서장이 명예교통경찰 1호로 선정하기도 했다. 박 옹의 하루는 매일 아침 새벽 3시30분이면 시작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찬물로 목욕(냉수마찰)을 하고 집앞 환경정리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일로 버스승강장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주워 남일면사무소에 전달해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있었다.

당시 지갑에는 130여만 원 안팎의 돈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신분증이 들어 있어 주인을 찾아주라고 면사무소에 전달했다. 박 옹은 뒤늦게 주인이 연락을 받고 되찾아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열심히 살던 박 옹에게도 시련은 다가왔다. 50대 중반쯤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기 위해 찾은 지북주유소를 빠져 나오다가 언덕에서 내려오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중상을 입었다.

이 일로 박 옹은 조금 심하게 몸을 쓰면 다리가 붓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집 주변 청소를 해 왔지만 사고를 당한 뒤로는 심한 운동을 할 수 없어 더더욱 운동 삼아 이른 아침 집 주변 청소를 한다.

그는 “쓰레기를 줍는 동안은 다리 아픈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좋았다”며 “더욱이 이웃들이 출근길 말끔하게 정돈된 거리를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하루도 쉴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실 그의 삶은 봉사하는 삶 그 자체였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의용소방대원 일로 김종필 국무총리 표창과 무궁화 훈장을 받은 바 있다.

또 마을의 고장 난 우산을 수거해 일일이 고친 뒤 면사무를 찾는 민원인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면사무소를 찾았다가 갑자기 비를 맞아 당황하는 민원인을 없애기 위해 생각해 낸 일이었다고 한다. 이 일로 그는 ‘KBS 내 고향소식’에 방영되면서 ‘우산 아저씨’란 애칭을 얻기도 했다.

또 한 때 마을의 고장 난 전자제품 일체를 무료로 수리해 주면서 ‘맥가이버 아저씨’란 별명도 얻은 적도 있다. 박 옹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하는 삶을 계속 살고 싶다”며 “특히 내 손녀가 현재 남일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손녀 친구들도 내 자식 같다는 생각으로 교통지도 봉사를 하고 있다. 이제 팬들도 생겨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도 적지 않아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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