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놓고 내리기… 등록금 인하 '감이 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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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놓고 내리기… 등록금 인하 '감이 안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2.02.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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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원대 4.1%·주성대 3.2%·청주대 1.1% 이미 인상
도립대 30% 인하 빼고 정부 권고안 5%선 짜 맞추고 '생색'

▲ 도내 대학들이 일제히 등록금 인하를 발표했지만 학생들의 인하 체감도는 낮다. 학생들은 지난해 이미 등록금 인상이 이뤄진 데다 대학 대부분 정부 권고안인 5%대 인하를 고수하고 있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인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충북 도내 대학들이 정부 권고안에 따라 등록금을 앞 다퉈 내리고 있지만 학생들이 체감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도내 대학들이 최근 발표한 등록금 인하율은 최저 3%에서 최대 30%까지 그 폭이 상당하다. 하지만 충북도의 지원을 받는 충북도립대가 30% 인하를 결정한 것을 빼 놓고는 대부분 5%대 인하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교과부 권고안 5%대 인하에 꿰 맞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내 대학들이 학생들의 뻔한 주머니 사정을 배려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인하방침을 내렸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3개 대학 등록금을 감사한 결과 15%까지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비교해도 도내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폭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도내 대학들이 얼마만큼 형식적으로 등록금 인하 방침을 내렸는지 알 수 있다. 실제 가장 먼저 등록금 인하 방침을 내린 주성대 5.1%를 시작으로 서원대 5.5%, 세명대 5%, 영동대 5.3%, 청주대 5%, 충북대 5.3%, 꽃동네대학교 5%, 강동대 5%, 대원대 5.6%, 충청대 5.21%로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하나 같이 5%대의 등록금 인하를 결정했다. 이는 도내 대학들이 각종 대학평가에서 불리해 질 것을 고려해 정부 권고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도립대 208만원·청주대 779만원


그럼 가장 높은 등록금 인하 방침을 내린 대학은 어디일까. 충북도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충북도립대(30%)를 제외하면 올해부터 한국철도대와 통합해 한국교통대로 다시 태어난 국립 충주대학교이다. 충주대는 등록금 6.4% 인하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이 29만1706원이 차감된 426만6194원으로 줄었다. 가장 낮은 인하 방침을 내린 대학은 한국 교원대로 3%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비록 9만5538원의 등록금을 내렸지만 충북도립대를 제외할 경우 한국교원대가 한 학기 등록금이 308만9062만원으로 가장 적었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가장 낮은 대학은 역시 충북도립대이다. 올해부터 등록금 30%(89만2800원)를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이 208만3200원에 불과하다. 등록금 인하 방침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등록금을 자랑하는 학교는 역시 사립대인 청주대학교이다. 평균 등록금의 5%인 40만9940원을 인하했지만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이 무려 778만886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처음부터 평균 등록금이 819만8800원으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하율을 고려할 때에 여전히 등록금이 높은 대학은 청주대가 778만886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영동대 747만5239원, 꽃동네대학교 715만5400원으로 순위를 다퉜다.

"정부지원 없으면 재정난 부추겨"
도내 대학들은 각종 장학금 혜택을 고려할 경우 등록금 인하폭은 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등록금 인하로 부족한 재원은 경상 경비를 줄이고 긴축재정 운영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도내 대학들의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5%대 등록금 인하를 결정한 서원대는 지난해 이미 4.1%의 등록금을 인상한 바 있다. 이는 주성대도 3.2%, 청주대도 1.1%를 인상했다. 결국 지난해 등록금 인상분을 고려할 때에 올해 5%대 등록금 인하 방침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리 올린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은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청주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이 저소득 장학금을 확충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장학금 총액에서 성적장학금을 전용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형식적으로나마 등록금을 인하 하는 것은 그래도 낫다는 시각도 있다. 도내 일부 대학들은 아직도 눈치만 보고 등록금 인하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충북 반값등록금 네트워크 오창근 팀장은 "학교적립금이 220억 원에 이르는 청주대가 등록금 대폭 인하에 적극 앞장서 선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쉽다"며 "전국 344개 대학 중 112곳이 명목 등록금 수준을 정했고 이 중 109개 대학만이 지난해 보다 등록금을 인하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록금 인하율이 2∼3%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나마 교과부 권고안 5%대를 지킨 도내 대학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감사원 권고안 10%대 보다는 턱없이 미흡하고 당초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전국적인 운동으로 펼쳐진 반값 등록금 현실화 안에도 못 미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도내 대학 한 관계자는 "등록금 인하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대학 등록금 인하는 긴축재정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교수 연구진흥비나 학생취업역량강화 및 학생복지 시설 지원을 위한 경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은 결국 정부나 지방정부가 나서서 재정지원을 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립대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학교운영 재정경비를 보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로 갈수록 등록금 인하와 긴축재정 운영으로 인한 학생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연구 활동이 저조한 교수로부터 수업을 받는다고 한 번 생각해 보라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자율의사 반한 기성회비 돌려줘야"
국대 등록금 80%이상 차지 기성회비 부당 판결

국·공립대 대학 등록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성회비의 일괄적인 납부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7일 충북대를 비롯한 전국 8개 국립대 4219명이 과다 징수된 기성회비를 돌려 달라며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기성회비는 자율적으로 내는 것인데 학생들은 기성회 가입의사를 표시한 바 없어 납부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대학들은 10조원 이상의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도내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비율은 충북대 81.6%, 충주대(한국교통대) 95.1%, 한국교원대 98% 등이다. 국회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국감에서 밝힌 최근 8년간 국립대 기성회계 인건비를 보면 충북대 1270억원, 충주대 486억원, 한국교원대 282억원, 청주교대 71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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