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수학교 붕괴사고 위험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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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특수학교 붕괴사고 위험 '노심초사'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2.02.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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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뒤편 전원주택단지 조성하면서 2층 높이 옹벽공사
군데군데 균열·누수 자국까지…"구조진단 안정화 단계"

▲ 2층 높이 특수학교를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은 전원주택 단지 옹벽이 위협적이다. 곳곳에 균열과 황톳물이 흘러 내린 자국이 있어 아이를 보내는 부모나 특수학교 교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의 한 특수학교가 때 아닌 옹벽 붕괴 논란에 휩싸였다. 유치부 3학급과 초등부 1학급 등 모두 20여명의 청각장애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이 학교는 충북 충주의 한 특수학교 파견학교 형태로 지난 2004년 3월에 들어섰다. 당초 지난 1999년 3월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에서 분교 2학급으로 출발한지 5년여 만에 청주지역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급 파견학교로 성장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청주에 사는 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이 학교 뒤편에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면서 문제가 됐다. 지난 2009년에 자연석으로 쌓았던 옹벽이 밀려 내려와 인근 전봇대를 덮치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번 한 것이다. 이후 학교 측이 청주시에 진정을 넣으면서 해당 개발업자는 지난 2010년 2월 옹벽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자연석을 모두 걷어내고 설계변경을 통해 통벽 공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비만 오면 황톳물이 흘러내리면서 이 학교에 학생들 보내고 있는 부모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부모들은 하나같이 해빙기 땅이 녹으면 붕괴되지나 않을까,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붕괴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었다. "안전진단 결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재작년에 비가 많이 왔을 때에는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황톳물을 보면서 아이를 계속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기까지 했다. 이제 곧 개학을 앞두고 있는데 관계당국의 세심한 관심이 아쉽다. 보다 철저한 행정지도로 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보시다 시피 옹벽이 2층 높이의 학교를 가릴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며 "군데군데 균열은 물론 여전히 황톳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할 당시 소음에 대해 민원을 넣으니 '청각장애 학생들이 어떻게 아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을 경우 다른 감각기관이 더 발달해 일반인보다 더 큰 진동을 느껴 불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주시는 허가를 내 준 이상 행정지도를 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해빙기 후 보강공사 예정"

청주시 상당구청 건설과 최재혁 주무관은 "건축과 담당자와 더불어 해빙기 토사유출에 대비해 수시로 현지 확인을 하고 있다. 더불어 관련 업자에게 구조물 변경에 대비한 주의를 주고 있다"며 "시공업자가 민간이다 보니 권고 수준의 행정지도에 머물고 있지만 이상유무가 있을 때에는 강력 조치토록 할 것이다. 일단 해당 업자가 지난해 구조진단을 통해 일부 미흡한 부분에 대해 날씨가 풀리는 대로 보강공사를 하기로 했으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한 J씨는 "붕괴된 곳만 쌓아도 되는데 굳이 자연석을 모두 걷어내고 통벽공사를 한 것은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지난해 7월 전문 기술단에 용역을 줘 안전점검을 위한 구조진단을 실시한 결과 석축의 일부 균열이 있어 공사가 미흡하다고 나왔지만 흙탕물이 흘러내린 것은 공사 후 흙이 다져지면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나왔다. 이는 일부 미흡하지만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진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J씨는 "1000여만원을 들여 구조진단을 받고 보강공사를 다시 한 것은 차후 전원주택 단지에 우리도 집을 짓고 들어가 살려는 상황에서 괜한 민원을 발생 시키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다"며 "날씨가 풀리는 대로 일부 균열이 간 석축은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하는 에폭시 시공을 통해 보강할 예정이다. 미관상 좋게 보이도록 하려 자연석으로 쌓았는데 여의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가 행정지도 사항을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앞으로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집을 지어야 하는데 행정기관에 미움을 사서 준공검사라도 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며 "처마처럼 나와 있는 흙이 빗물에 떠내려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우수로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에폭시 공사효과 의문"
하지만 전문 토목업자 중 일각에서는 "에폭시(epoxy)는 열경화성 플라스틱의 하나로 물과 날씨 변화에 잘 견디고 빨리 굳어 공사 자재로 많이 쓰인다. 이는 접착력이 강하기 때문이다"며 "그러나 옹벽은 보통 경사진 곳에서 흙더미가 흘러내리는 하중을 모두 받아 지탱해 줘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균열된 곳을 붙인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균열된 곳을 보이지 않게 하고 미관상 좋게 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하중을 받아내는 옹벽의 본래 기능을 다하는 데는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구조진단 등 전문 시공업자에게 맡겼다면 토압과 수압 등을 고려해 설계변경 절차를 따랐을 것이다"며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시로 주변 순찰을 통해 구조물 변경 여부에 대해 확인해 청각 장애 학생들의 학습 피해는 물론 안전에도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특수학교장 J씨는 "재작년에 비가 많이 왔을 때에 폭포수처럼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사진을 자료로 갖고 있다"며 "구조적으로 안전한 지 시공 후 2∼3년을 기다랴 봐야 한다니 지난해는 이상이 없었으니 기다려 보고 있다. 하지만 옹벽 틈틈이 황톳물이 흘러내린 자국이나 균열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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