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YWCA, 27년만에 사무총장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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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YWCA, 27년만에 사무총장 교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2.07.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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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희 전 총장 이어 정은경 신임 총장 취임···새로운 러더십따라 변화예고
최근 청주YWCA(이하 청주Y)에 큰 변화가 생겼다. 청주Y는 지난달 정년퇴임한 신영희 전 사무총장 후임(59)에 정은경 신임 총장(48)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27년만의 사무총장 교체이기 때문. 두 사람 간에 나이 차이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총장은 지난 85년 12월부터 올 6월 말까지 총장으로 활동했고, 정 총장은 지난 1일 신임 총장에 취임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봤다.

신영희 전 총장···청주YWCA의 산증인, 부설기관 8개 탄생시켜

▲ 신영희
신영희 전 총장은 청주Y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35년간 간사, 총무, 이사, 사무총장이라는 다양한 직급의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말이 35년이지 한 사람이 이렇게 오랫동안 한 군데서 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세월은 그 사람의 역사나 마찬가지다.

청주Y는 지난 65년 청주지역에서 깃발을 올렸다. 신 총장은 72년 유급실무자로 들어가 74년 총무, 80년 이사, 85년 사무총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실무를 잘 마무리해 정말 홀가분하고 기분좋다. 좋은 자원봉사자와 후배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무에서 자원봉사자로 옮긴 것 뿐 청주Y를 아주 떠난 건 아니다. NGO 활동도 맡은 게 있어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은 현재 충북여성포럼 대표·청주시사회복지협의체 부위원장·충북시민재단 초대 이사장·청주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민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청주Y는 소수의 기독교 여성 지도자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청소년·지역사회 봉사·선교·소비자·여성사회·생명·공동체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여성인력개발센터·서부종합사회복지관·여성종합상담소·양지뜰·상록수·사회적기업 (주)생명살림 올리 등의 지부를 둔 조직으로 성장했다. 얼마전에는 아이쿱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자연드림 강서점’도 문을 열었다. 본점과 지부에서 근무하는 전체인원만도 100명이 넘는다.

그는 “초창기 때 전화기 한 대도 없이 대한어머니회와 함께 사무실을 썼다. 이후 떠돌이생활을 하다가 88년 지금의 회관을 봉명동에 신축했다. 그러면서 Y가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욕심을 내고 조직을 키운 건 아니지만, 지금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성장했다. ‘작은 일에 충성하면 너에게 큰 일을 맡겨주신다’는 성경구절이 생각난다”고 회고했다. 청주Y는 실제 충북도내 여성단체 중에서는 규모와 인원, 회원이 가장 많다.

“그동안 35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니 보람있는 일이 참 많았다. 자체 건물이 없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회관을 지은 일, 복지관·상담소·여성인력개발센터·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부설기관을 탄생시킨 일 등이 떠오른다. 청주Y는 조직분위기가 좋고 프로그램의 질이 높으며 연대사업을 잘하고 있는 곳으로 전국Y 중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신 전 총장은 76~79년까지 4년 동안 조직을 비운 일 외에는 늘 청주Y와 함께 했다. 암울한 시대였던 70년대에 진보성향의 목사들을 초청해 기독청년아카데미를 주최한 것이 문제 돼 잠시 이 곳을 떠났다. 그리고는 서울로 올라가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전임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운명처럼 다시 청주Y로 내려온다.

정은경 신임 총장···5가지 비전제시, 새로운 길 창조 약속

▲ 정은경
정은경 신임 총장은 지난 86년 청주Y와 인연을 맺었다. 충북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간사로 들어갔다. 이후 95년 청주여성인력개발센터 초대 관장, 2002년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초대 관장, 2005년 모자자립시설 상록수 원장을 지냈다. 청주Y는 새로운 기관을 위탁받을 때마다 책임자로 정 총장을 보내 기틀을 다지게 했다.

그는 “올해로 청주Y에서 22년 근무했다. 20년 한 뒤 자원봉사나 하려고 했으나 아직 실무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았다. 사무총장은 꽤 부담되는 자리다. 그러나 Y 조직안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는 거창고등학교 직업 선택 10계명대로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해 그간 심적 부담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청주Y는 행사를 간소화하는 차원에서 따로 취임식을 열지 않았다. 대신 지난 11일 창립기념예배 때 정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취임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5가지 비전을 약속했다. 청주Y의 기본 동력인 동아리 활성화와 운동성 회복, 세대간 지부간 활발한 소통, 소통을 발전시켜 다리로 계승,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하는 조직, 새로운 길 창조 등이다.

청주Y가 8개의 부설기관을 만들다보니 회원조직과 인력·프로그램 측면에서 오히려 지부보다 약해져 본래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Y의 기본 동력인 동아리를 활성시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활발한 소통을 이뤄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얘기다. 새로운 길 창조는 이미 많은 여성 선배들이 남녀고용평등법·가정폭력방지법·호주제폐지 등을 제정하며 길을 냈듯이 여성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겠다는 것. 그가 하고 싶은 말들은 이 말속에 모두 담겨있다.

“청주Y가 올해로 47주년이 됐다. 곧 50세가 된다. 앞으로 100년이 되었을 때도 Y를 통해 성장한 여성들이 지역사회에서 큰 일을 하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할 일이 많다. 지역사회와 더 밀착돼서 일을 하고, 여성들을 옭아매는 가부장적인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또 젊은이들이 북적북적대는 Y를 만들고 싶다.”

정 총장은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박사논문을 준비중에 있다. 올해부터는 사무총장 임기제를 마련해 일단 정 총장의 임기는 4년이다. 그간 민선5기 청주시장 공약이행 시민평가위원, 한국여성복지연합 중부지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청주시 지방재정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주Y의 중심이 바뀐 만큼 조직내부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간 양적 확장을 이뤘다면 이젠 내부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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