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라고 말 할 수 있는 비서관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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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라고 말 할 수 있는 비서관이 될래요'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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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숙 당선자 비서관 변은영씨

   
뉴스의 중심에 있는 국회의원 뒤에는 항상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 하고 때론 발언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를 연출해 내는 보좌진들이 있다.
소위 '가방모찌'나 '의원 똘마니'로 비하되던 때도 있었지만 정치의식이 높아지면서 보좌진들의 중요성 또한 높아가고 있다.
이들은 크게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정치수업하는 부류, 직업인으로서의 부류로 나뉘지만 과거 민주화운동 출신의 의원이 늘면서 사회운동의 사명감으로 투신(?)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혜숙 당선자 비서관으로 내정된 변은영(35)씨도 이런 케이스다.
그러나 변씨는 줄곧 사회운동이나 시민운동의 중심에 있던 사람은 아니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시절 카톨릭 학생연합회에 가입하면서 학생운동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95년 결혼 후 10년 가까이 평범한 주부로 정치와는 한두 발치 떨어진 생활을 해 왔다.
그런 그녀가 집권여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 됐으니 갖가지 의구심 있는 반응도 나온다.

변씨가 강 당선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80년대 후반. 당시 학생운동을 하던 변씨에게 강 당선자는 단아한 학 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 때는 암울한 시기였어요. 툭하면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재야단체에서 활동하는 어른들은 강하지 않으면 안됐죠. 그런데 강 선생님은 저분이 재야인사인가 싶을 정도로 단아하고 학 같은 분이었어요"
그녀는 강 당선자를 아직도 선생님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
졸업 후에도 카톨릭 청년회 활동을 하던 그녀는 결혼과 함께 사회운동에서 멀어져야 했다. 강 당선자와의 인연도 잠시 중단됐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고 아이 둘 낳고 그러다 보니 그냥 평범한 아줌마로 눌러 앉게 되더군요. 아내로, 엄마로, 딸로만 살았죠"

그런 10년이 그녀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앞으로 비서관으로서의 삶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다.
"돈에 쪼들리고 아이들과 싸우고 살면서 평범한 생활인의 현실을 잘 알 잖아요. 정치도 삶의 일부라 생각해요. 또 아이 키우며 사는 동안 다른 평범한 사람들 처럼 정치에 대해, 정치인에 대해 서민의 눈으로 볼 수도 있게 됐고요"
그래서 그녀는 '노'라고 말 할 수 있는 비서관이 될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보좌관이든 비서관이든 의원의 분신이 돼야 하지만 머리가 없는 수족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겁도 나고 부담도 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
'잘해야지, 잘 할 수 있어'라는 자기 암시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인다.
아직 임기가 시작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늦는 날이 많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 날도 부지기수다.
"이러다 서울에 가면 아이들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돼요.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그러면서도 내일도 아침 6시면 집을 나서야 한다며 '씨익' 웃는다.

"정치적 스킬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말도 잘해야 하고 적당히 처세도 해야 한다나요? 그보다 중요한게 공부하고 중심을 잃지 않는건데..."
그녀는 아직 순수하다. 어느 곳에도 정치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녀의 다짐 처럼 남들이 모두 'Yes'라고 해도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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