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흥이’ 대화 응한 토지공사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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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흥이’ 대화 응한 토지공사 속내는...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4.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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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단식 등 비난 여론에 떠밀려 나온 것인가
공사강행 앞두고 명분쌓기인가

24일 평화회의 대표가 이원종 지사를 공식 면담하고 오후에는 토지공사와도 첫 협상을 갖기로 한 것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태종 목사, 박덕규 원불교청주교구 교무, 신성국 신부 등의 단식 농성이 일주일을 넘기고 있고 여론 또한 두꺼비 핵심 서식지 보전과 생태공원 조성을 주장하는  평화회의 쪽으로 기울면서 토공이 강경하게 버틸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토지공사 측은 강경론으로 일관해 왔다. 두꺼비 이동통로 등의 확보 이상은 양보 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원흥이대책위에 대해 법원에 ‘공사장내 출입 금지 및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초 강경수를 둬 왔다.

평화회의 측도 ‘무슨 짓(?)을 해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을 토공’이라고 까지 할 정도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던 게 토지공사였다.
그러나 삼보일배와 일주일을 넘긴 성직자들의 단식 농성,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잇단 ‘보전’ 발언 등으로 여론에서 밀리자 협상 테이블로 나온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사태의 핵심이 '두꺼비'에서 '생태공원'으로 옮겨지면서 토공의 무분별한 개발 등 이윤추구에만 급급하다는 비난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와의 공식 만남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 된다.
두꺼비 핵심 서식지에 대한 보전과 개발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 표명 없이 적당한 처세(?)로 일관해 왔다는 게 평화회의 측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원흥이 사태가 진행돼 온 과정을 볼 때 이런 긍정론이 ‘환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선 첫 번째 공식 만남 또는 협상 날짜가 왜 하필 24일 이냐는 것이다.

토지공사는 평화회의 측의 강력한 반발과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난 20일 산남3지구내 상가 및 근린생활 시설 부지를 공개 입찰을 통해 모두 분양했다.
또한 24일은 토공이 법원에 낸 ‘공사장내 출입 금지 및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의 선고일이다.

법원의 판결이 토공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공사를 강행한다 해도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사 강행의 명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법원이 평화회의(시민대책위)에 유리하게 판결할 경우에도 토공으로서는 협상 테이블에 응하는게 모양새를 봐서도 그렇고 여론을 의식해도 결코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이원종 지사의 경우도 그렇다.
분양이 완료된 상황에서 평화회의 측이나 분양을 받은 수요자나 모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지사는 뭘 했냐’는 질책도 예상된다.심심치 않게 불거져 나오는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발언도 부담일 것이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대결로만 치닫던 원흥이 문제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긍정적 기대가 큰 것만은 사실이다.
“토지공사나 이 지사나 내심 무슨 생각을 하던 간에 대화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존심 싸움도 아니고 힘자랑도 아니다”라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에서 원흥이 문제 해결의 방향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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