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스테이(prison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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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스테이(prison stay)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4.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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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회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템플 스테이’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감옥체험을 의미하는 ‘프리즌 스테이’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단어로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해 이들과 같은 내면의 체험을 경험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감옥은 자유를 구속하는 곳이면서도, 때론 내면의 빛을 여는 창 역할도 한다. 특히 독방은 절대고독 속에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27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6년 옥살이와 55차례의 가택연금으로 갇혀 살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 20년간 옥살이 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낸 신영복 교수의 예에서 감옥의 양면을 본다.

변호사사무실을 차리고 법률사무에 종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째다. 변호사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중 상당수는 법률적인 분쟁이나 억울함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거나, 죄를 짓고 자유를 속박당한 채 감옥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변호사는 힘든 짐을 짊어지고 고통받으며 언덕길을 오르는 이들의 부탁을 받고 짐을 같이 나누어 지고 그들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하는 존재다. 그리고 성직자와 달리 승패가 갈리고, 법원, 검·경 등 권력기관을 상대하며, 의뢰인과 이들 기관사이에 끼어 양쪽을 설득해야하는 고된 자리다. 풍부한 법률지식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임무를 완성하기에 충분치 않다.

의뢰인을 이해하고 그의 삶속으로 들어가야 사회의 의사로서 이들에 대한 진정한 힐링, 진정한 변호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 변호사는 내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부담감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이를 밖으로 내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당대 최고의 연봉을 준다는 금융기관에 취직이 되었었다. 그러나 고심 끝에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20대 후반에 다시 고시를 준비하면서 서울의 신림동과 시골 고시원을 전전하며 공부를 했었다. 시골고시원은 그나마 2평이 되는 곳도 있었지만 신림동의 고시원은 1.5평 남짓할 정도로 비좁아 의자를 책상위로 얹어놔야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 있는 곳도 많았다.

몇 차례 낙방하여 고시원 골방살이가 연장될 때마다 고액연봉의 직장을 포기한 기회비용을 생각하며 후회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합격하여 나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이 1.5평의 창살없는 감옥으로부터 해방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런데 막상 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일을 하면서 심신이 지칠 때마다 그토록 벗어나기를 염원하였던 고시원 골방이 다시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일, 가족, 모임으로부터 단 3일만이라도 벗어나 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살다 보면 한번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할 때가 있는데, 모든 것을 떠나 며칠만이라도 나 자신과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공간으로 강원도 홍천에 ‘행복공장’이라는 이름의 감옥체험장이 문을 열 예정이란다.

이곳에서 참여자들은 독방에서 명상과 절을 하고 노역을 하면서 참회록 작성 등을 통해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힐링에는 남이 도와줄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날 때 혼자였고, 죽을 때도 혼자이듯이 진정한 힐링은 절대 고독속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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