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란 사랑을 매개로 한 수평적 윤리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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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란 사랑을 매개로 한 수평적 윤리규범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5.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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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
5월이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지는 가정의 달이자 효도의 달이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름다운 전통이자 실천윤리이며 미풍양속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도 노인학대 458건 가운데 가해자가 아들인 경우가 42.1%로 가장 많았다. 딸·며느리 등 친족 학대가 전체의 82%에 이른다. 한 마디로 가정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밖에 높은 청소년 자살률과 이혼률, 매일 보도되다시피 하는 어린이 성 폭행과 교사 폭행 등은 5월 가정의 달을 무색하게 한다.

이러한 가족관계와 가정 해체의 안정망 확보는 무엇보다도 효행이라는 전통적인 윤리의식의 복원이 매우 중요하나, 그를 위해서는 먼저 ‘효도’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효도가 현대인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 자식들을 불효자로 만드는 것은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효도 윤리가 해체되지 않는 채 강제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효도관은 가부장적인 중세 신분사회가 만들어낸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규범적 요소가 많아, 현대인에게 수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기존의 효도관은 자식이 부모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잘 섬기는 만이 효도였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수평적 상호관계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현대에 효가 실천되고 그것이 가정과 사회의 안전망을 지켜주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규범이 되기 위해서는 원전에 기초해서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개념 설정이 필요하다.

《논어》 제2장에 의하면, 효도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라 하였다. 효도는 작용이자 형식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것이다. 효도는 인(仁), 즉, 사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행위일 뿐이다. 사랑 없는 효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왜 효를 실천해야 하는가. 그것은 대자연이 사랑으로 부모를 낳고, 부모 또한 사랑으로 자식을 낳고 기르기에, 위로부터 받은 사랑을 아래로부터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효는 일방적으로 자식이 보모를 섬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식이 부모의 사랑을 더 받기 위한 상보적 행위이다. 진정한 효도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사랑을 매개로 한 수평적 상호관계 속에서 오가는 것이다. 그러할 때 효도는 중세 가부장사회가 낳은 수직적 효도관에서 현대적인 수평적 효도관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본다.

더 나아가 효도는 단지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사랑 실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물의 어버이는 대우주이다. 퇴계 이황이 지은 《성학십도》 제2도 서명도에 의하면, “때에 따라 하늘이 준 이 몸을 잘 보존하는 것은 내가 대자연의 아들로서 대자연을 공경하는 것이고, 대자연의 도리에 순종하여 즐겁게 살고 어떤 고난에도 근심하지 않는 것은 부모인 대자연에 효도를 온전히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대우주는 사랑으로 뭇생명을 낳았고 그 속에 한 부모와 자식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식 된 자는 사랑으로 부모를 섬기 듯, 이웃을, 세계를, 우주를 섬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폭력을 완화하고 생명을 존중함으로써 사회안정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효라는 것은 단지 한 자식이 자신의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는 자애로 자식을 보살피고 그 보답으로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애와 효도의 쌍방형 사랑의 소통이 우주로 확산될 때 도가 바로선 사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제는 부모가 부모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효도를 자식에게 기대해서도 안 되며, 그 전에 우주의 이치에 따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 듯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 역시 부모가 사랑으로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공을 깨닫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를 공경하고 효행을 실천할 것이다.

이러한 사랑과 효도의 상호관계가 먼저 가정에서 확립되고 그것이 학교로, 이웃으로, 사회로, 국가로, 더 나아가 세계로 확장되어 개개인의 행복과 세계 평화의 기초윤리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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