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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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6.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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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돈 문학테라피스트

일전에 40년 지기 친구들과 연극 관람을 마치고 치맥집을 들렀다. 넓은 홀은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구석진 자리에 우리 일행이 앉을 만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런데 주인인 듯한 중년 여성과 아르바이트생인 듯한 젊은 처자가 자리가 없다며 우리를 가로막는다. 저기 자리가 있지 않으냐고 내가 따지는 사이 친구들은 나가버렸다.

한 친구가 다시 들어와서 내 옷소매를 끌며 여기는 젊은이들이 들어오는 곳이지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들이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문밖의 허름한 플라스틱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앉아서 나보고 나무란다. 어디를 가도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을 싫어해.

역사학자이며 미래학자이기도 했던 토인비의 말이 떠오른다. ─“코리아가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문화가 있다면 어른을 공경하는 일이다.”

호주 여행 중에 택시기사의 깍듯한 태도 때문에 여행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공항에서 줄을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내 차례가 왔다. 택시기사가 택시에서 내리는 노객에게 정중하게 대하였다.

문을 열어주고 짐을 챙겨주고 공손히 인사를 한다. 그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 참 친절하시네요, 하고 말을 건넸다. ‘저 노인분들이 열심히 일해서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 노인분들은 젊은이들한테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분들입니다.’

아무래도 토인비의 말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코리아는 인류사회에 기여할 단 하나의 문화를 잃어버렸다.”

열심히 일하기로 말하면 우리 친구 일행도 호주의 노인들 못지않을 것이다. 해방 전후에 태어나서 유년기에 6·25를 체험하고 청소년기에는 청운의 꿈을 안고 상급학교로 공장으로 진출하였다.

방직공장에서 염색공장에서 코피 터지며 밤새워 일해 온 친구들,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로 지금까지 고통받는 친구, DMZ에서 지뢰를 밟은 친구, 열사의 사막에서 모랫바람에 온몸을 그을린 친구, 군사독재의 그늘에서 신음하며 공부하던 친구 등 싸우면서 일하고 싸우면서 공부해온 우리 세대들이다. 그런데 어느 새 사회의 왕따가 되었다. 아, 이제야 알겠다. 종로 3가 지하광장에 왜 그렇게 노인들이 몰려드는지!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우리는 누가 보아도 잘 사는 나라이다. 하드파워분야 세계 9위, 소프트파워분야 세계 12위, 종합국력 세계 13위, GDP 세계 15위, 일인당국민소득 2만 3749달러.
햇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이다.

행복지수 OECD 36개국 중 27위,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 자살률 8년째 1위(10만명당 33,5명, 일본 21,2명), 청소년(15-19세) 자살률 1위, 20대 자살률 1위, 30-40대 자살률 1위, 노인자살률 1위(10만명당 81,9명, 일본 17,9명)

아하,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만 외로운 게 아니구나. 어린이도 외롭고 청소년도 외롭고 청년도 외롭고 중장년도 외롭고 노년도 외롭고 모두가 외롭구나. 어린이에게 학교는 교도소처럼 갑갑하고, 20대는 취업스트레스로, 30대는 금전스트레스로, 노인들은 몸과 마음이 아파서 모든 계층이 시름시름 시들어가는구나. 어린이도 아프고 청소년도 아프고 청장년도 아프고 노인도 아프구나. 무릅이 꺾이고 허리가 주저앉고 목이 부러졌구나. 중심이 무너졌구나.

우리 사회에 이같은 총체적 불행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극에 달하면 반드시 부패한다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일까?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정치 때문일까? 경쟁 논리에 함몰된 교육 때문일까? 물론 어느 분야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슬픈 사실은 정치든 교육이든 자본주의 체제든 어느 분야에서도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해 보는 것이다.
아무도 믿지 말자/ 어느 누구의 수사에도 속지 말자/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스트레스 받지 말자/내가 살기 위해서는 내가 변해야 한다/과거의 나를 버리는 시간은 평생을 후회하고 사는 시간에 비하면 적은 시간이다/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살아 있어서 좋은 것은 내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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