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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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6.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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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각 서원대 교수
여느 사람들처럼 나도 어린 시절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 즉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 배웠다. 그러나 나는 철들어 가면서 과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영장은커녕 지구상의 수많은 종들 가운데 가장 추악한 말종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한 순간에 전 인류를, 그리고 동식물의 여러 종들을 멸종시킬 수 있는 무기를 쌓아놓고 그 위에 걸터앉아서 ‘안전보장’이라고 말하는 종이 인간 말고 또 있을까? 이것 한 가지만 가지고서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말하기는 글렀지만, 그래도 핵무기는 잘 관리하고 통제해서 실제 사용되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나마 있으니 아주 나쁜 것은 아니라 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 같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와 천연자원 고갈 문제를 생각해 보라.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일밖에 없으므로 인간 멸종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수준 낮추기를 거부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가령 선생이 학생들에게 머리 감을 때 샴푸 쓰지 말고 비누 쓰라고 권하면 몇 명이나 그 권고를 따를까? 사용 중인 휴대전화 수명 다 할 때까지 사용한 다음 새 모델로 교체하라고 권해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아니, 이 문제는 이미 개인 차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문제이다.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인간사회 일반의 시스템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이루어져야만 굴러가는 시스템, 그런 시스템 말이다. 그것이 요구하는 바를 거부하거나 역행하는 개인은 이단자가 되거나 심지어 도태를 강요받게 되는, 그런 자본주의 시스템 말이다.

인류가 처해 있는 현실과 미래가 그런 것이라면 한반도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다. 아니, 훨씬 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빈부격차가 구조화되어 있으면서 날로 심화되고 있는 사회, 젊은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살기 힘들어서 아이 낳아 기르기를 기피하는 사회, 청소년과 청년들이 입시지옥이나 취업지옥 등 단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너무 힘겨워, 중소기업인과 영세업자들이 거대 자본과 각종 ‘갑’들의 온갖 ‘갑질’ 때문에 너무 힘겨워 자살까지 선택하는 사회, 실업자가 되면 거의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가진 자들의 부당한 수법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회, 이런 것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맨 얼굴 아닌가?

전 지구적 문제이건 우리 사회의 문제이건 모든 문제는 우리 인간들 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문제이다. 사람이 만든 문제이니 사람이 풀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 하더라도 문제의 악화나 심화 속도를 늦추거나 나아가 사안에 따라 조금씩이나마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무릇 문제해결을 향한 첫걸음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가령 을들의 불행 덕분에 갑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이 가능해진 현실에 대하여 아마 갑들은 문제없다고 볼지 모른다. 그저 갑을관계를 을갑관계로 표현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을들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있지도 않은 문제의 해결책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기계발이나 사이비 종교 식으로 개인 차원에서 그 해결책을 찾거나 갑들을 위한, 갑들의 정치적 대표선수를 교체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시스템 차원의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다. 이러고서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할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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