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상태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8.30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각 서원대 교수
▲ 김연각 서원대 교수
어떻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그것이 그냥 모르고 살아도 큰 탈 없는 것이라면 특별히 거론할 필요가 없겠지만,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심지어 보통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런 경우라면 그것을 아는 누군가가 그것에 대하여 얘기를 꺼내고 또 그것을 널리 알리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니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그것에 대하여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누군가가 가능하면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토록 ‘당연하고 중요한 것’을 내가 애써 얘기하고 전파하려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별로 귀담아 들어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말 꺼낸 내가 너무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면서? 적어도 지금까지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렇다. 그러나 어쩌랴? 때가 때인지라 더는 남의 눈치만 보고 있을 수 없게 되어 버린 듯하다.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그 ‘당연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정치의 편재성(遍在性)에 관한 것이다. 정치의 정의를 아무리 다양하게 한다고 해도 권력, 권위, 물리적 힘, 혹은 폭력 등 알기 쉬운 우리말로 ‘힘’을 빼놓고 정치를 정의할 수는 없다. 그 힘이 정당한 것이든 부당한 것이든 이것과 전적으로 무관한 정치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정치는 무인도에 표류해서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닌 한,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하나의 사회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 어디 가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개개인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그런 사실에 대하여 좋아 하든 싫어하든 무관하게 말이다. 가령 세상 어디에 가서도 맥주 한 병 사 마실 때 주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반드시 물어야 하게 되어 있다.

물론 나라에 따라 세율이나 세목에 차이야 있겠지만. 당사자가 알든 모르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계없이 이 사실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다. 이처럼 정치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니, 정치를 마치 정치인들이나 하는 사업, 청와대나 여의도 사람들이나 하는 일 정도로 치부한다면, 이는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이처럼 객관적 사실을 부정한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옛말에도 있듯이 잘못된 정치는 사나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그런데 옛날 임금과 양반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던 시절 정치가 잘못 되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 사람들에게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에게 임명된 사람들이 국가의 거의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위임’의 과정과 절차가 정당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위임을 받은 자들이 위임의 범위를 넘어 권력을 행사한다면 위임을 한 자들은 반드시 그걸 문제 삼아야 한다. 그런데 그 위임의 과정이나 절차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정치의 편재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정치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좋든 나쁘든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치가 편재하면서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 민주시민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렵지 않다. 흔히 그렇듯이 어려운 것은 머리가 이해한 바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바로 그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말이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아니, 나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