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인사들 처신이 이래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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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인사들 처신이 이래서야 되겠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08.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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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들의 도덕적 해이 전국적으로 도마위에 올라
청주시의장·충주시의장 사건 시민들 사이에서 회자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최근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음란행위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가 하면 남경필 경기지사는 아들이 강원도 철원 군부대내 폭행 및 성추행사건 가해자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 지검장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남 지사의 아들은 가혹행위는 했으나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냉정하다. 특히 남 지사는 본인문제가 아니고 아들때문에 도마위에 올랐으나 자식교육을 잘 못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두 사건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가운데 터졌다. 모든 신문·방송의 초점이 교황 방문에 맞춰져 있었음에도 김 지검장과 남 지사는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김 지검장은 지난 18일 사표를 제출해 면직처리 됐다. 남 지사는 이미 지난 13일 아들이 폭행사건으로 입건된 사실을 통보받고도 침묵을 지키다 언론에 보도되자 17일 사과해 빈축을 사고 있다.

▲ 통합청주시의회는 최근 순금배지 사건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개원식 때 공인으로서 선서를 했지만 개원 1개월여 만에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최근 충북지역에서는 청주시의장과 충주시의장이 시민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지도층 인사로서 부적절한 처신과 발언이 문제됐다. 역시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간다. 김병국 청주시의장(새누리당)은 의원들에게 순금배지를 선물했다는 의혹이 일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김 의장은 지난달 한 개당 39만원짜리 순금 두 돈 의원 배지 38개를 자비로 제작해 7월 18일 의장단 월례회의 때 13개, 24일 의원연찬회 때 나머지를 배포했다고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전체 의원 38명 중 김 의장을 제외하고 2명은 받지 않았다. 이 중 김 모 의원만 “공식 배지가 있으니 필요없다”며 거절했고, 나머지 1명은 연락이 되지 않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 1명만 “순금배지 필요없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7일 지역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김 의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시의회 사무국에서 지급하는 2만5000원짜리 배지는 바로 벗겨진다. 그래서 배지가 1년에 2~3개 필요하다. 사무국에서는 처음에만 무료 지급하고 이후에는 개인이 사야 한다. 그러다보니 4년 동안 8개 이상 맞춘다. 의원들 몇 몇이 벗겨지지 않는 배지를 만들자고 제안해 공동구매키로 하고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국 청주시의장
그는 또 “금배지를 두 번에 걸쳐 의원들에게 나눠주면서 8월 의정비 받을 때 입금하라고 얘기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배지를 돌리고 한 참 지난 뒤인 8월 1일에서야 계좌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보낸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는 “전체 의원에서 배지를 주고 나서 문자를 보내려고 하다보니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8월 의정비는 20일 지급된다. 김 의장은 8월 12일까지 26명이 입금했고, 나머지 9명은 의정비를 받은 뒤 입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떤 자리에서 순금배지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는지, 공동구매 결정은 또 어떤 자리에서 했는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많은 의원들은 “배지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듣지 못했다. 다만 배지를 주면서 돈을 내라고 했고, 며칠 후 입금계좌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언론에 보도된 때문인지 상당수 의원들은 “나는 모른다. 배지를 받고 입금했다”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배지 제작 건을 전체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상의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 순금배지를 달고 다니는 의원은 찾아볼 수 없다. 시민들이 반감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김 의장도 “시민 정서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공인으로서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 돈으로 내가 순금배지 만들어 달고 다니는데 왜 간섭하느냐고 할 수 없는 것은 시의원들이 공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주시의원들 중 “순금배지가 왜 필요하냐. 나는 받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단 1명에 불과했다는 것도 실망스런 대목이다. 따라서 대다수 의원들은 김 의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과정이 어떠하든 결과적으로 같이 동조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안된다고 결론 내렸음에도 시민들이 훌훌 털지 못하는 것은 의장과 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다.

윤범로 시의장 사퇴여론 들끓어

충북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청주시의장이 금배지를 돌리고 이로부터 보름 정도가 지난 후 계좌번호 문자를 보낸 것은 선물로 돌렸다가 문제가 되자 뒷수습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만일 시의회가 공동구매 하기로 한 게 맞더라도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현행 의정비가 4인가족 표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며 의정비를 1000만원 이상 인상해달라고 해놓고 순금배지를 만든다면 주민들이 얼마나 기가 차겠는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윤범로 충주시의장
그런가하면 윤범로 충주시의장 사건(본지 14면 기사 참고)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충북의 시민사회여성단체와 공무원노조까지 윤범로 의장(무소속)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윤 의장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충북여성연대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윤의장의 반여성적이며 성차별적 성희롱 언행은 단순히 충주시 피해 여성공무원 한사람만 가슴 아프게 한 게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공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윤의장과 많은 남성 공직자들은 차제에 깊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진실게임’을 벌이며 양 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으나 충북의 여성계는 사건의 본말이 묻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숙자 청주여성의 전화 대표는 “가해를 해놓고도 가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많은 남성들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마치 여성이 거짓말하는 것처럼 돼버린다. 이는 남성들의 시각일뿐이고 진실은 규명돼야 한다. ‘진실게임’이란 단어는 쓰고 싶지 않지만, 모든 성폭력사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진행과정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의견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윤 의장이 주민대표 자격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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