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표심만 흔든다면 무엇이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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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표심만 흔든다면 무엇이든 좋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10.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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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단체서 제안하는 공약 받다보면 공약 무한대 증가 ‘일쑤’
선거 때 공약은 어떻게 만들까. 후보들은 얼굴 알리기에 나서야 하므로 공약 만들 시간이 없다. 대표적인 공약은 후보가 내놓고 손을 볼 수 있으나 대개는 캠프내에서 정책특보들이 만든다. 공약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므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으면 곧바로 채택된다. 공약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 지난 지방선거 때 제작한 이시종 지사 선거 공보.
선거에 관여했던 모 씨는 “선거 때는 좋은 공약, 문제있는 공약 가릴 새가 없다. 표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활용한다. 이 때 특정단체에서 요구하는 공약까지 물밀 듯이 들어온다. 예를 들어 장애인단체, 환경단체, 여성단체, 청소년단체, 문화예술단체 같은데서 단체 이익을 위해 여러 가지 공약을 제시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 모두 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요구를 거절하면 단체에서 낙선운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무한대로 늘어나 나중에는 무슨 공약을 내놓았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는 “후보와 선거캠프는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종종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을 내놓는다. 거창하고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공약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럴수록 당선 뒤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 의견에 동의했다. 공약이 이런 배경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치단체장 후보 한 명당 몇 백개의 공약이 나온다는 것이다 .

공약선정 후에도 감시 필요

▲ 지난 지방선거 때 제작한 이승훈 시장 선거 공보.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은 “선거 때는 여러 단체에서 공약을 제안한다. 이 때 캠프에서는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검토한 뒤 받아야 하는데 무조건 받고 보는 게 문제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약속을 못 지키게 되고 만다”고 전제한 뒤 “처음에는 공약이 제목만 있고 예산과 사업실행 기간 같은 자세한 내용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나중에 이것을 실행하는 공무원들이 검토하면 변동이 생긴다. 제안하는 쪽과 실행하는 사람들이 다르다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선거 때 후보들은 선심성 공약을 피하고 실행가능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또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유권자들이 보다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송재봉 센터장은 “선거 때 관여하는 게 중요하다. 표만 의식한 공약을 남발하면 분명하게 평가해 공론화해서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언론은 있는 그대로 보도할 게 아니라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따져 보도하고,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이 없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공약선정 후에도 역시 이들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4년 동안 공약을 얼마나 이행하는지 지켜보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압박해야 한다는 것.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도지사와 도내 기초단체장들의 공약평가를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 공약 제시하는데 부담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평가 전문가가 부족하고 사회단체 실무자들이 바쁘다보니 제대로 못하고 있다. 잘한 것은 칭찬하고 제대로 안된 것은 분명히 짚고 넘아가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공약평가위원회는 구성하는데, 누가 하느냐가 관건
초보 시민 많고, 전공과 맞지 않는 위원회에 배치

지자체는 공약사업 평가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한다. 청주시는 이승훈 시장 공약사업 선정을 위해 공약이행시민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경제농산·복지문화·도시행정·건설교통 등 4개 분과로 각각 10명씩 들어갔다. 시는 공모를 통해 전문가 20명, 시민 20명을 선정했다. 그러면서 관련 학식이 풍부하고 각종 위원회나 직능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자, 여성·경력·연령순으로 우선 선정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 중에는 관련 분과와 전공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고, 일반시민 중에는 농민·자영업자가 많았다. 문화관광해설사를 경제농산분야, 제조유통업자를 도시행정분야, 자연환경관련단체회장을 건설교통분야에 배치해 이 또한 적절했는가 말들이 많았다. 위원장은 신방웅 전 충북대총장. 하지만 신 전 총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때 이시종 지사 후보 캠프에서 얼굴격인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충북도는 공약사업평가·자문위원회를 운영했다. 위원회는 평생복지·창조경제·균형발전·감동문화·안전소통 등 5개 분야로 구성됐고 전체 위원은 25명. 교수들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시민사회단체·사회복지단체·환경단체 관계자, 전 공무원, 전 농협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위원장은 주종혁 청주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맡았다. 주 교수는 지난 2010년 민선5기 때 이 지사가 당선된 뒤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당시 주 교수는 도지사직인수위인 정책기획단 정책행정분과 간사로 활동했다. 올해는 정책자문단장으로 선거 전 공약개발 단계부터 참여했다. 충북도도 하는 일과 관련분야 일이 불일치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가위원들의 역량에 따라 공약사업 선정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선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공약사업 선정뿐 아니라 향후 이행 실태를 종합평가하고 공약이행에 관한 제고방안까지 모색하는 등 중요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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