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더 넓게 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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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더 넓게 더 멀리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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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은 정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실 정책비서관)
최근 중국의 장쑤성 쓰저우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제28회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북한 최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성과와 더불어 남·북한이 공동외교전을 펼치며 남·북한 문화교류 협력의 토대를 쌓았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제 고구려 유산은 유네스코 정신에 따라 전 세계의 유산이 되었다. 바꾸어 ‘고구려 유적의 세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명칭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이라 하여 고분군만을, 중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귀족묘’라 하여 중국 영토 안의 고구려 옛도시 전체를 문화 유산으로 등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마치 국제사회 안에서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고구려 유적 등재와 역사왜곡은 어느 한 순간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소위 ‘다민족 통일국가론’이 학계에서 제기되면서 “고구려사도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논리들을 발표하였고, 급기야 2002년 중국정부, 국무원 산하 국책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연구책임을 맡는 국책사업으로 5년간 3조원이 지원되는 ‘동북공정’을 발족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이미 2003년도에 6개월에 걸쳐 약 500억원을 들여 1,000호에 가까운 민가를 철거하고 고구려 유적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을 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어떠한 준비를 해왔는가. 지금 우리를 둘러 싼 국제정세와 변화는 어떠한가.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는 전 세계 100여 개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 와 일제히 병행표기하고 있는 사실과 함께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의 역사왜곡과 <동북공정 프로젝트 designtimesp=23061>, 일본의 우경화와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이제 다가올 21세기, 동북아시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정세변화가 중국 동북지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통일 이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더 넓게 더 멀리 보자. 지금 한반도를 둘러 싼 현실은 ‘고구려는 우리 역사, 독도는 우리 땅’이라 목청 터지게 외친다 하여 해결되지 않는다. 고구려사와 동아시아 세계사를 통합하는 새로운 역사연구의 패러다임을 선점해야한다. 그리고 동아시아 미술사에서 우리 미술의 독창성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특징을 찾아내고, 전 세계에 알리는 연구와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남·북한은 고구려사를 보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향후 고구려 유적에 대한 발굴과 연구작업을 공동으로 펼침으로써 견해차를 좁히고, 통일 이후를 대비한 종합 국가발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세계 속으로 그 위용과 아름다움을 드러낸 고구려의 역사와 예술, ‘우리 것’을 넘봤다는 단순한 분노 보다는 ‘우리의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적인 역사와 문화’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훼손이 심한 북한의 고구려 고분 벽화 및 유적의 보존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관리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평양의 세계문화유산도시 등록을 위해 한겨레가 손을 맞잡고,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를 새로이 열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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