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와 가짜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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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와 가짜 영수증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12.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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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일부 종교단체들이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남발해 신도들의 ‘탈세’를 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지난 18일 처음으로 ‘2014년 불성실 기부금수령단체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공개 결과는 세간의 의심과 맞아떨어졌다.

부정 발급한 법인단체 총 102개 중 종교단체가 93개로 무려 91%를 차지했다. 이들의 거짓기부금영수증 발급액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7억원에 달했다. 도내에서는 청주 원광사·혜원정사와 영동 원각사가 1억~4억원대까지 발급했다.

연말정산 환급을 목적으로 종교사회단체 기부금 이외에도 한때는 한의원 의료비도 가짜 영수증이 나돌았다. 하지만 양심과 도덕을 생명으로 한 종교시설이 주도적으로 불법행위를 벌인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대부분 종단 또는 교단 소속이 불분명한 ‘사이비’ 종교단체라는 해명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정부의 공평과세 의지에 따른 종교인 과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종교계의 태도를 감안하면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만들었으나 시행시기를 1년간 연기했다. 따라서 내년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2년간 유예하도록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일부 개신교 교단의 반발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담뱃세 인상을 서민증세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새정치연합도 이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주류 언론도 무슨 영문인 지 축소보도하거나 아예 기사화하지 않은 곳도 있다. 말이 좋아 2년 유예지, 2016년 4월 총선거,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종교인 과세는 물건너 간 셈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초 부자감세, 서민증세라는 비판여론이 고조됐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를 내세워 여론을 달랜 뒤 결과적으로 종교계와 야합한 것이다. ‘야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 소득세’로 분류한 것에 기인한다.

기타소득세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임대소득, 이자-배당소득 이외의 원고료, 자문료, 사례금 등 불규칙적인 소득에 붙는 세금이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세율도 낮고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과세대상에서 빼준다.

나머지 20%에만 주민세를 포함한 22%의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한다. 이 경우 전체소득의 4.4%만 세금으로 내는 셈이라는 것. 그러다보니 일각에서 상징적인 과세를 통해 오히려 감세를 제도화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마저도 2년 유예되고 말았지만‥

세계적으로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그나마 실시하려던 종교인 소득 과세방안은 조세특혜의 성격이 강하다. 더구나 막대한 재산을 가진 종교단체-법인에 대한 과세문제는 전혀 언급조차 없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는 ‘원천징수’를 철회하고 ‘자진납부’로 바꾸고 세무조사도 면제한다는 조항도 넣었다. 알아서 주면 주는 대로 받겠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소수의 개신교 목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과세 자체를 포기했다. 정치 과잉에 종교 만능이 야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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