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반짝이는 동네 서점 불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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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반짝이는 동네 서점 불빛이 그립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3.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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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세계를 세밀하게 들여다 본 루이스 버즈비의 <노란 불빛의 서점>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3월부터는 봄으로 분류됩니다. 자연의 시계는 이미 칙칙한 겨울을 벗고 산뜻한 봄으로 이동했습니다. 새 봄을 맞아 필진을 교체했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수고해주신 이종수·김수정·박순원·김주란 님께 감사드립니다. 새 필진은 오혜자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장, 연규상 열린기획 대표, 서명석 (주)블루소프트 대표, 이경옥 마불갤러리 코디네이터 입니다.

오혜자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장

작년 말 정부 정책에 의해 가격인상을 예고하고 사재기 혼란을 거친 품목은 ‘담배’보다 ‘책’이 먼저였다. 지난 11월 21일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온라인 서점들이 포털검색 상위에오르고 구매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100일을 맞아 높은 가격과 높은 할인율 사이에서 널뛰던 출판유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도서구매율은 감소했다 한다. 담배 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포장이 있었지만 도서정가제는 무엇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었을까. 사람들이 사재기한 책을 다 읽을 동안 서점들은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미 도서 할인폭이 제한적이었던 동네서점들은 그동안 이윤의 폭이 크다고 하는 참고서로 유지하거나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진열대에서 인쇄 잉크향을 뽐내며 뽀얗게 늘어서 있는 신간들과 매의 눈으로 서가를 스캔하는 책마니아들을 만나려면 먼 길을 나서야 한다. 저자·출판업·도서유통업·서적판매업들이 한목소리로 기형적인 출판시장을 정책적으로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해 온 만큼, 도서정가제 시행이 국민의 문화적 욕구도 잘 담아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서점가의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느림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 잊고 있던 감성을 깨우는 아날로그적 책공간으로 공간적 실험을 하고 있는 ‘동네책방’들이 그것이다. 정글같은 도서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은 작은책방들에 대한 관심이 출판계의 변화와 맞물려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 노란 불빛의 서점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문학동네 펴냄.

<노란 불빛의 서점>은 ‘언젠가 저녁 무렵 노랗게 물든 서점을 그려봐야겠다고,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어둠속 영롱한 빛 같은 풍경을.’ 이라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로 시작한다. 저자 루이스 버즈비는 책을 만나는 가장 사적이고 특별한 공간으로 ‘서점’을 꼽는다. 책표지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고독하고도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10년 혹은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과 유럽의 지역 서점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실려 있다.

서점명소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

저자는 센프란시스코의 히피와 펑크족, 각양각색의 혼혈 가족과 여행객들이 만들어내는 거리 풍경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북스미스’와 비틀즈 그룹의 회동 장소로 유명한 50년 역사의 ‘시티 라이츠’ 등 손꼽히는 서점명소들을 소개하며 이런 곳들이 책과 사람으로 이루어진 책의 도시라고 말한다. 가보고 싶은 곳이 수두룩해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도록 한 곳 한 곳 수첩에 적어놓았다. 내일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이 책에는 파리의 명물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영화 ‘비포 썬 셋’에서 작가를 초청해 대담을 나누는 첫 장면은 모퉁이 작은 서점을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문화명소로 만들었다. 책이 빼곡한 서가와 비좁은 통로가 주는 강렬한 매력을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서점과 그곳을 사랑하는 사람들. 평생을 그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살아온 저자는 이 오묘한 분위기를 ‘노란 불빛’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따뜻함, 추억, 그리움, 환상, 은밀함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책공간의 아우라에 대한 적절한 묘사인 듯하다.

유서 깊은 서점들은 이름에서도 그 서점의 역사와 취향을 읽을 수 있다. 10여년 전 프랑스의 어린이도서관이 ‘책을 통한 기쁨’이거나 ‘즐거운 시간’이라는 멋진 이름을 갖고 있는 것에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발견한 파리의 ‘찾을 수 없는 책’이라는 서점이름에서 또 한번 전율을 느꼈다. 책을 찾는 사람들의 열망을 서점위에 내걸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런 서점의 주인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사회의 문화적 성숙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서점’이라고도 불리는 동네서점들이 저마다 자신의 색깔과 지역의 특성을 잘 담아 십년 백년을 이어 독립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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