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 걱정 없는 벌집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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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 걱정 없는 벌집 에어컨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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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은 '개인 에어컨' 달고 삼복더위 이긴다

시드니大·텔아비브大·KAIST팀 연구
벌집 온도 40도 육박하면 일벌들 입구에서 날갯짓


10년 만에 찾아온 더위 탓에 사람들은 선풍기나 에어컨 곁을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벌들은 사람과 다르다. 수만 마리의 벌들이 벌집 한 곳에서 서로 북적대지만 더위에 아랑곳 않는다. 최근 자동온도조절 기능을 갖춘 ‘꿀벌’의 홈 에어컨에서 ‘말벌’의 개인용 에어컨까지, 더위를 나는 곤충들의 비밀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냉방병 걱정 없는 벌집 에어컨

벌집의 에어컨은 일벌들의 ‘날개’다. 한여름 벌집 온도가 40도 가까이 올라가면 일벌들이 이상한 일들을 수행한다. 모두들 벌집 입구로 몰려가 날갯짓을 통해 더운 공기를 밖으로 뽑아낸다.

그런데 수많은 일벌들이 동시에 날갯짓을 계속 하다 보면 마치 에어컨을 틀 때처럼 벌집의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가지 않을까. 호주 시드니대의 줄리아 존스 교수팀은 ‘사이언스’ 16일자에서 “꿀벌은 온도에 대한 민감도가 서로 달라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존스 교수팀은 같은 아버지를 가진 일벌을 따로 모아 하나의 집단을 구성한 다음, 이를 수십 마리의 아버지를 둔 자연 상태의 꿀벌 집단과 비교했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다양한 집단의 온도조절 기능이 유전자가 동일한 집단에 비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존스 교수는 “좋아하는 꿀이 다른 것처럼 일벌들은 유전적 차이로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행동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처음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벌집에서 어떤 벌은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더위를 느껴 부채질을 시작하는 반면, 다른 벌은 웬만한 더위는 참다가 나중에서야 행동에 나선다. 그 결과 온도감지 센서가 달린 에어컨처럼 벌집의 온도는 항상 32~36도를 유지하게 된다.

말벌의 개인용 에어컨

곤충은 사람처럼 땀을 흘려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 온도가 올라가면 땅속이든 나무 그늘이든 일단 서늘한 곳으로 피하고 본다. 그러나 말벌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야곱 이샤이 교수는 “실험실 밖에 둥지를 튼 말벌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더니 몸 일부 온도가 다른 부분에 비해 낮았다”며 “이 부위에서는 열펌프와 같은 조직이 있어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배출했기 때문”이라고 지난해 5월 물리학 전문 저널 ‘피직스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서로 다른 두 금속을 맞대 놓고 양쪽의 온도를 다르게 하면, 열이 이동하면서 두 금속의 접합점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열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다. 열펌프는 거꾸로 여기에 전기를 흐르게 해 열을 이동시키는 장치다.

이샤이 교수는 “말벌의 몸에 있는 큐티클 층은 열펌프와 같은 구조를 가져 생체에너지나 태양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몸 안의 열기를 밖으로 뽑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 온도계 밝혀줄 초파리

더위에 정면으로 맞서는 곤충이 또 있다. 바로 돌연변이 초파리들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섭 교수는 “돌연변이 초파리의 세포막과 중추신경계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단백질을 찾아냈다”며 “이 단백질들이 바로 초파리의 ‘생체 온도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온도계 단백질도 초파리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장차 체온조절을 하지 못하는 환자나, 몸의 일부를 냉동시켜 실시하는 저체온 수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곧 ‘네이처 지네틱스’와 ‘사이언스’ 등에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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