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구 도의장, 화광동진<和光同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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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구 도의장, 화광동진<和光同塵>하시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4.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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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
▲ 김승환 충북대 교수

이언구 도의장은 지난 4월 12일, ‘이시종 도지사 김병우 교육감, 욕심이 많다’라고 발언했다. 이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자 출신의 이언구 의장께서 더 잘 알 것이다. 왜냐하면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직무를 유기한다’는 비판 이후 나온 욕심 발화의 시점과 의도가 중층적 문맥(context)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의장께서 말한 것은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 두 분이 도의회 독립청사 건립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욕심이 많다’는 뜻이므로 심층의미를 따질 것도 없이 문장 자체가 모순이다.

그런데 ‘지사와 교육감이 욕심이 많다’라는 발화에는 원망도 들어 있지만 압박도 들어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충북도의회는 이시종 지사의 인사를 정실보은인사라고 비난하면서 인사특위를 구성하겠으니 18일까지 답을 하라는 식의 압박을 했다. 이에 오불관언(吾不關焉)하던 이시종 지사께서 4월 15일, 중앙초등학교 자리에 도청 제2청사를 배치하고 도의회는 현재 건물을 확장하여 독립청사로 쓰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의장은 즉각 “결단을 내린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교육감께 감사한다”고 발화했다.

‘욕심 많은 지사와 교육감’이 3일만에 ‘감사해야 할 지사와 교육감’으로 바뀐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다음날 언론에는 지사와 도의장이 최소한의 소통은 했을 것이라고 기사화되었다. 이로 인하여 이언구 의장에게 의혹의 시선이 꽂히자 이의장은 즉각, 도의회 인사특위 문제를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로 꺼내서 인사특위를 지지한다고 발화했다. 인사특위 문제는 17일을 기점으로 해소되어 가고 있지만 발화의 본질은 선명하게 밝혀졌다. 이의장은 ‘신뢰받는 도의회’보다 ‘도의회를 위한 도의장’이라는 목적과 목표에 충실했던 것이다.

재선의 이언구 의원은 10대 전반기 도의장이 되어 ‘한 줌의 소금’론을 슬로건으로 설정한 후 도의원 의정비 인상과 도의회 독립청사 건립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그 명분은 ‘충북도청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도의회가 독립적인 공간을 가져야 하며, 도의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므로 의정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도의회 독립건물과 의정비 인상은 김형근, 김광수 의장과 그 이전에도 논의되었던 숙원사업이다. 따라서 그런 주장을 하는 이의장의 발화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런데 충북도의회가 독립청사가 있어야 권위가 생긴다는 성장발전식 권위주의는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립청사가 없는 소박 검소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도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않겠는가. 그 좋은 예가 있다. 충북문화재단의 강형기 대표이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무보수 봉사로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열악한 재정, 열악한 상황, 부족한 인재, 부족한 자원을 가진 오늘의 충북이 미래를 위하여 할 일이다. 그러므로 충북도의회는 공청회를 열어서 도민들이 높은 보수의 도의원을 원하는지 사명감을 가진 무보수 도의원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하기 바란다. 그리고 도의회 독립청사 역시 공청회배심원제도를 마련하여 충북도민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

<노자(老子)>에 ‘그 빛을 조화롭게 하여(和其光) 속세의 먼지와 함께 한다(同其塵)’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을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고 하는데, 자기의 재능을 감추고 서민들과 어울리고 동화하는 지혜를 의미한다. 이시종 김병우 두 분과 달리 아직 찬 바닥에 앉을 줄 모르는 이언구 의장께서 깊이 새겨야 할 전고(典故)다. 겸손하고 성실하다는 정평이 있고 정치적 야심도 있는 이의장께서 화광동진의 리더쉽이 없으면 오늘의 인간적 노력과 정치적 야망은 필부의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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