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시민의식과 헌법적 권리 ‘안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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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의식과 헌법적 권리 ‘안전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5.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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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국민에게 있어서 통치자란 무엇인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인가 아니면 끝없이 지배하고 소유하는 주인과 같은 자인가. 주인은 노예가 주인이라고 인정하는 한에서만 주인일 수 있다는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으로 자리를 잡아왔지만, 곳간의 열쇠를 노예에게 맡기는 순간 주인의 지위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노예가 열쇠를 갖게 되는 순간 주인의 지위에 마저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노예가 주인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게까지 되면, 이제 주인은 더 이상 주인이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지배-복종의 관계는 전적으로 불변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이미 관계를 역전시키는 메카니즘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역전될 수 있는 것이다. 주인은 노예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사물과 관계할 수 있고, 자신은 단지 그 사물을 향유할 뿐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주인이었던 국민은 이제 스스로 주인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의 대리인이었던 노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안전조차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은 오늘날에 와서 시민의식으로 일컬어진다. 역사적으로는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시민사회를 성립시킨 이념인 시민의식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독립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전근대적인 미망(迷妄)이나 비굴함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생활태도를 말하며, 각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입장을 견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지하는 의식을 말한다.

주인이 주인으로서 자리를 잡는 것은 안전의 기반위에서만 가능하다. 생명과 재산,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주인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주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 두 곳에 있다.

첫째는 헌법 전문으로, 우리의 안전과 관련하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중략…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포괄적인 차원에서 국민의 안전을 선언적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안전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둘째는 헌법 제34조 6항으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조항은 국민을 재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은 더 이상 국가가 시혜적으로 제공해주는 정부서비스가 아니라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생명, 기본권을 향유하기 위하여 지니는 기본적 권리라는 점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헌법에서의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점을 살펴보면, 현행 헌법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 인간의 근본적 권리에 대한 존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선택적이고 시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헌법 개정 노력이 필요한 한편,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에서 정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

지금은 ‘법은 모름지기 시민들을 설득과 강제에 의해서 화합하게 하고, 각자가 공동체에 이롭도록 해 줄 수 있는 이익을 서로들 나누어 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실천으로 옮겨질 시점이다. 이제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갖고 동굴 안에서 그림자를 실재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동굴 밖의 참된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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