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태양광사업, 그늘이 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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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 태양광사업, 그늘이 짙어간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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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내북면 법주리, 올들어 태양광발전시설 민원 3건 동시발생
지자체 무분별 허가·이장 사업자 동조·업자 현금 살포 현혹 3중고
▲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사업으로 알려진 태양광발전사업이 농촌마을과 농심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 추진으로 농촌 지역 태양광 시설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각종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수익만을 내세운 사업자와 지자체의 허술한 인허가 절차로 인해 농민들만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 특히 일부 대형 사업에서는 돈으로 주민을 매수하려는 시도까지 드러나 농촌 마을공동체에 대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청주와 보은을 잇는 피반령 넘어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가 태양광 시설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올망졸망 40여호가 모여사는 전형적인 산간마을에 지난 3월 작은 공사판이 벌어졌다. 법주리 113번지에 96kw급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작업이 시작된 것. 마을 이장 A씨 이외에 이 공사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바로 옆 필지에 택지조성 작업을 해온 B씨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미리 법주리에 터잡고 살고 있는 지인을 통해 2년전에 밭 1천여㎡를 매입했다. 청주에서 오가며 집터 다지기 작업을 했고 귀촌을 위해 개인적으로 농기계 운전 면허증까지 땄다. 아내도 직장에서 명퇴해서 올해 집을 지으려 계획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옆에 땅에 태양광 시설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기가 막혔지만 이미 군에서 허가를 받았다며 막무가내였다” 더구나 B씨가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공사도면을 보니 B씨 소유땅을 진입로로 삼아 허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가능한 일인 지 담당 공무원에게 따졌다. 군 공무원은 “인허가 규정상 태양광발전시설은 교통유발 효과가 없거나 미미해 진입로가 없어도 허가가 가능하다”는 답이었다.

2년간 귀농준비 한순간 ‘'물거품’

군 공무원이 제시한 규정은 ‘광고탑, 철탑, 태양광발전시설은 (진입)도로확보 기준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발규모에 따라 정한 진입도로 폭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군에서는 ‘진입도로가 없어도 된다’고 해석하며 진입도로 권리관계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것. 결국 B씨가 사유도로 임을 주장하자 태양광 사업자는 또다른 인접 농지에 진입로를 개설한뒤 공사를 마쳤다. 더구나 B씨 부지쪽으로 전기축전설비를 설치해 전자파 우려로 주택 신축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113번지 소규모 태양광 설비공사가 끝나자 이번엔 96KW급 2배의 설치 공사가 149번지 일대에서 벌어졌다. 3500㎡ 부지에 발전용 집광판 설치를 위한 토목공사를 시작했다. 마을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위치다 보니 주민들은 반발했고 A이장에게 경위를 따졌다. 이 과정에서 마을의 뒷산 임야 4만여㎡에 대형 3MKW급 태양광 발전시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평화롭던 산간마을이 하루아침에 태양광 집단시설 단지로 변하게 될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지난 1일 반대대책위를 구성하고 보은군과 충북도남부출장소를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였다.

3MKW급 태양광 사업은 주민설명회를 가졌으나 반대의견이 빗발쳤고 정보를 독점해온 A이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결국 장기집권(?)해온 A이장은 자진사퇴했고 주민들은 박옥희씨를 새 이장으로 뽑았다. A이장은 149번지 태양광 사업자로부터 본인계좌로 송금받은 200만원을 마을발전기금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특히 금품제공 시비는 3MKW급 태양광 사업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현지 대리역을 맡은 미원면 부동산업자가 반대주장이 강했던 주민 2명에게 돈봉투를 전달하려 했던 것.

집행위원장 이상욱씨는 “자기네 사업에 협조해 달라구 하면서 한밤중에 집에 찾아와서 돈봉투를 꺼내 권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구 거절했다고 한다. 액수는 모르지만 손에 잡히는 게 백만원 다발 정도는 된 것 같다고 하더라. 나한테는 일이 잘되면 관리자로 채용해 월급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업자들은 이렇게 농민들을 우롱하고 다니는데 군에서는 허가를 안내줄 규정이 없다고만 하니 이런 답답한 노릇이 있는가. 더 이상 동네가 망가지지 않도록 우리 힘으로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을 여론이 분분해지자 지난 7일 충북도 남부출장소와 보은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주민보고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현장확인이나 주민 사전동의 없이 시설 허가를 내준 공무원들을 질타했다. 남부출장소측은 “심각한 상황을 확인했으니 인허가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미 2건의 인허가를 내준 보은군 관계자는 “정부 장려정책이다보니 규제를 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동의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허가를 내 줄 수밖에 없었다. 설치중인 현장은 민원해결이 된 뒤 준공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3MKW급 태양광 사업은 저지할 수 있게 됐지만 설치공사중이던 192KW 현장은 주민반대에 가로막혀 일시 중단된 상태다.

농민 권리 외면한 국가 시책사업 ‘원망’

주민 오황균씨는 “국가적인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태양광 발전사업에 최소한의 허가기준은 정하고 추진하자는 것이다. 영농이 어려운 야산이나 묵밭도 많은데 사업자들은 경제성 때문에 멀쩡한 농지에 설치하려고 한다. 발전용 집광판이 반영구적인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 과정에서 철저한 현장확인과 인접한 주민들의 의견청취는 당연한 것이다. 귀농해 보니, 아직도 관에서 농민들을 업신여기는 편의적 행정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보은군 태양광 발전 허가 현황을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10개소 2만2875KW 용량을 허가했다. 태양광발전은 전기사업 허가와 개발행위 허가 절차를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해당 법령에 공사 및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없어 일조권·조망권 및 소음 등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군의 자체 분석이다. 이에대해 군 경제정책실 관계자는 “마을 경관이나 이미지 훼손 등으로 주민들이 반대해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부재하다. 그래서 정부부처에 법령으로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시 인근 취락지역, 공공시설 등의 경계로부터 이격 거리 등을 포함하는 허가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소규모 태양광발전 수익성 악화, 대형화 규제책 필요>

정부는 애초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수익을 보장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의 거래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2011년 폐지한 뒤 재생에너지 보급을 시장경쟁에 맡기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로 바꿨다. 발전회사들에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의무화한 제도인데 의무비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의무비율을 채워야 한다.

따라서 RPS하에서 대형 발전사업자는 의무할당량만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사들이면 된다. 하지만 현재 의무할당량은 전체 발전량의 3%에 불과한 데다 공개경쟁 입찰이어서 매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태양광 판매사업자 입찰결과 REC 평균 낙찰가는 7만707원으로 지난해(11만2591원)보다 37% 폭락했다. 입찰이 도입된 2011년 하반기(21만9977원)에 비하면 무려 68%가 폭락한 것이다. 결국 ‘규모의 경제’에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은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나 대형 태양광발전업체 등과 입찰에서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향후 농촌지역 태양광 발전사업도 규모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대형 시설물 설치에 대한 사전 규제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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