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출신의 ‘탈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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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출신의 ‘탈세’ 고문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6.18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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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김호복 전 충주시장이 특가법상 알선수재,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청주지검은 김 전 시장이 외식 전문프랜차이즈 업체 A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세금 탈세 등을 도와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고위간부 출신인 김 전 서장이 현직 국세청 6급 공무원과 자신의 회계사무소 사무장을 동원했다는 것. 이미 해당 공무원과 사무장은 사례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깃털’을 따라 ‘몸통’이 뒤늦게 수감된 셈이다.

김 전 시장은 2006년 당시 한창희 시장이 “기자 촌지 20만원 건”으로 선거무효형을 받으면서 재선거 기회를 잡았다. 한 시장의 부인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김 전 시장은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됐다.

2010년 선거에선 민주당 우건도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고 다시 재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종배 후보에게 졌다. 이후 정치권 중심에서 잊혀진 인물이었으나 임각수 괴산군수에 대한 검찰 조사과정에서 불똥이 튀게 됐다. 임 군수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사 계좌에서 김 전 시장에게 1억원이 건네간 사실이 드러난 것. A사와 김 전 시장측은 3년간 고문료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세금 탈세를 위한 뇌물로 보고 있다.

잊혀진 인물에 대한 언론보도로 접하며 다시 그의 이력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고위 공직을 거쳐 정치로 입문한 단순한 이력만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3대 권력기관인 국세청 출신답게 현란한 변신의 주인공이었다.

1997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나 99년 개인 세무회계사무소를 개설했다. 같은 해 (주)삼천리 도시가스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이후 (주)해동화재 사외이사 (주)삼성전자 고문 (주)동양생명 고문을 역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구속된 외식업체 A사도 자신이 고문을 맡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정치권을 노크했던 그가 이후 15년 동안 현직 권한을 누렸던 기간은 불과 4년이다. 인구 20만의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그에게 재계에서 끊임없이 ‘러브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아닌, 국세청 고위간부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절세’ 고문으로 영입한다면 다행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탈세’ 고문으로 빠질 위험성이 높다. 절세 아이디어는 보통의 세무·회계사도 조언할 수 있지만 탈세 시나리오는 전관 출신이 통할 수 있다.

전관예우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 판검사의 경우 개업후 3년을 이른바 ‘약발이 먹힌다’고 한다. 황교안 총리지명자가 고검장 퇴임 직후 1년반 만에 16억원의 수임료를 올린 것이 실례다. 하지만 김 전 시장은 퇴임 후 17년이 지난 시점에 현직 후배직원을 동원하는 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국세청은 가진 권력에 비해 외부 감시기능이 허술하다. 개인정보라는 명분으로 언론이 요구하는 웬만한 자료는 비공개다. 그러다보니 지역에서는 경제담당 기자도 세무서 취재할 일이 거의 없다. 정부는 고위 공직자 퇴임후 유관기관 재취업을 대체로 2년 정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국세청 직원- 고위직 출신 세무사- 탈세 기업의 3각 고리는 위험천만이다. 국세청 고위직은 재취업이 아닌 사기업 고문 위촉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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