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살려고 아파트 팔아도 1가구 2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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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살려고 아파트 팔아도 1가구 2주택?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5.06.18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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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고려 않는 기계적 세무행정에 상처 입는 민심

부도난 아파트의 세입자가 법원의 선처로 경매 낙찰받은 아파트를 자녀와 합가 등을 이유로 매각했다면, 매매차익을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할까?

제천시 장락동에 거주하는 박동숙 씨(60·여·가명)는 오래 전부터 거주하던 강원도 영월군 A아파트(42.97㎡)를 매각한 뒤 뜻하지 않은 세금 부과 명령을 받았다.

▲ 자녀와 함께 살기 위해 기존에 소유하던 소형 아파트를 매각한 데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얼마 전 아파트 매각에 따른 세금 자진신고 차 세무서를 들렀다가 양도소득세로 약 120여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 박 씨는 세무사, 공인중개사 등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현행 법률 상 억울함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영월이 직장인 박 씨의 무남독녀와 함께 거주하기 위해 지난 2006년 A건설사로부터 전세보증금 1870만 원에 현지 아파트를 임차했다. 그러던 중 A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아파트 전세입자들은 고작 400여만 원만 돌려받은 채 쫓겨날 처지에 처하게 되자, 박 씨 모녀와 아파트 주민들은 법원 등 요로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경매 과정에서 우선 취득권을 보장받는 우여곡절 끝에 이 아파트를 870만 원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이후 박 씨의 딸은 결혼을 해 제천으로 이사했고, 박 씨만 자신 명의의 이 아파트에 남아 생활하게 됐다. 하지만 제천에서 오랜 세월 자영업을 해 오던 박 씨가 영월군에 거주하다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출가한 딸 역시 연로한 친정 어머니를 혼자 남겨둔 것이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었다.

결국 박 씨는 딸의 성화를 견디다 못해 영월의 아파트는 세를 주고 제천 딸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당초 아파트를 매각할 생각이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원매인이 나타나지 않자 박 씨는 고민 끝에 제3자에 세를 놓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던 중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박 씨는 지난 달 이 아파트를 3150만 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자진신고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답변을 듣게 된 것.

만일 박 씨가 딸 가족과 합치지 않은 채 주소를 영월 아파트에 남겨놓았다면 1가구 1주택에 해당돼 양도세를 낼 이유가 없었지만, 딸 소유의 아파트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으므로 1가구 2주택이 돼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세무서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박 씨는 전세로 살던 아파트가 갑자기 경매에 넘어가 재산권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이 주택을 매입했을 뿐이고, 딸의 집으로 주소를 이전하기 전에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매각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했음에도 원매인이 나타나지 않아 불가피하게 매각을 하지 못한 점 등 정상을 고려할 때 세무서의 조처는 부당하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 아파트의 매매가가 고작 3000만 원대에 불과함에도 매매차익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할 세무서 측은 “박 씨가 자신 소유 아파트가 매각될 때까지 주소지를 기존 아파트에 남겨두었다면 1가구 1주택을 인정할 수 있었겠지만, 딸의 주소지로 합가를 한 이상 과세를 면할 방법이 없다”며 정당한 세금 부과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 같은 세법 체계를 그대로 인정해 주소지를 기존 영월 아파트에 남겨두었다고 해도 다른 법과의 충돌 등으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충분히 야기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려는 세무서 측의 처사는 행정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씨는 “만일 내가 제천 딸의 집에 실제 거주하면서도 1가구 1주택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주소지를 영월 아파트에 그대로 남겨두었다면 이는 일종의 위장거주에 해당돼 주민등록법을 어기는 셈”이라며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주민등록법 위반을 해야만 권리를 지킬 수 있다면 이는 분명 비정상적 사회라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이어 “이 같은 억울한 경우가 비단 나 한 명뿐이 아닐 것이고, 앞으로 제2, 제3의 유사 사례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정부와 입법부는 이제라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세법을 개정하고 국세청도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해 융통성 있는 과세 행정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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