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분규 ‘불씨’ 대학평가, 청주대 또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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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분규 ‘불씨’ 대학평가, 청주대 또 낙제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07.09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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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모 총장 “적립금 1000억 풀겠다”밝혀
구성원들, “평가 책임지고 총장 퇴진하라”
▲ 청주대가 또 다시 교육부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등급에 분류됐다. 황신모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적립금 1000억원을 풀어 전국 40위권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청주대에게 대학평가는 학내분규의 첫 걸음을 떼게 만든 ‘사건’이었다. 지난해 청주대가 전국의 대학 가운데 하위 15%에 속하는 정부재정제한대학에 포함되면서 청주대 구성원들은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비대위)’를 조직하고 부실대학으로 전락한 책임을 김윤배 전 총장과 보직교수들에게 돌렸다. 지난해 8월 부실대학 결과발표이후 김 전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한 천막농성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청주대, 다시 하위그룹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4월 전국 163개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자체 평가보고서와 면접평가를 거쳐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을 구분했다. 과거 1년 단위로 평가하고 ‘정부재정제한’, ‘경영부실대학’의 꼬리표를 붙여 정원감축이나 국책사업에서 제외시키는 패널티를 적용한 것에서 올해는 2012, 2013, 2014년 3년치 데이터를 갖고 대대적인 평가작업을 벌였다. 올해는 3년 단위로 평가하는 1주기인 셈이다.

전국의 대학을 5개 등급(A·B·C·D·E)으로 분류하는 데 1단계 평가에서 청주대는 또다시 하위그룹인 (D·E)등급에 속했다. 1단계 평가에서 하위그룹에 속한 대학은 37개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충북 내 대학은 청주대를 포함돼 6개 대학이다. 충북의 4년제 대학 가운데 2곳 중 한 곳은 ‘부실대학’으로 찍힌 셈이다. 교육부는 하위그룹에 속한 37개 대학 가운데 10%를 구제할 방침이다. 7월 6, 7, 8일 2단계 평가 서면자료를 받은 후 현장실사를 진행한다.

청주대 범비대위는 “6월 30일까지 황신모 총장과 보직교수들은 청주대가 또다시 하위그룹에 속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황신모 총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범비대위에 대한 답변대신 “앞으로 적립금 1000억원을 풀어 대학의 여건을 개선하고, 전국대학 40위권으로 진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상 청주대 범비대위측의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NO’를 한 셈이다.

황신모 총장은 “3일전인가 5일전인가 범비대위 측에서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 2단계 평가를 얼마 앞두고 갑자기 나온 제안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라고 덧붙였다.

청주대가 또다시 부실대학이 됐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 측은 “학내분규가 평가지표에는 빠졌지만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상화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곧 있을 현장평가에서는 제발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그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강조했다.

황신모 총장은 “청주대가 적립금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적립금이 큰 자랑이다. 앞으로 2차 평가에서는 모든 이해관계들이 자기의 주장을 뛰어넘어서 생존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가칭 대학혁신발전협의회를 구성하자”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청주대 교수회 관계자는 “학내분규는 이미 교육부의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에서 빠져있다. 황신모 총장은 과거 13년간 김윤배 총장과 같이 보직을 맡은 인물이다. 학생처장, 기획처장, 부총장을 맡았다. 지난해 정부재정제한대학에 청주대가 포함됐을 땐 부총장이었고, 이번에 하위그룹에 속한 결과를 받았을 땐 총장이었다. 대학이 부실화된 원인을 학내분규로 몰고 가는 건 억지다. 부실경영을 했기 때문에 학내분규가 일어난 것이지, 학내분규가 일어났다고 부실대학이 된 것은 아니다. 이 책임은 전적으로 13년간 장기집권한 총장과 보직교수들에게 있는 것이지 문제제기한 교수회 쪽에 있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돈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황신모 총장이 지난 1월 부임하면서 제일 처음 했던 말은 “대학평가에서 반드시 C등급 이상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대학 측은 이번에 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하면서 C등급 이상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심지어 교수회 측 교수들마저 만약 청주대가 C등급 이상을 받을 경우 앞으로의 총장 퇴진 운동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청주대가 또 다시 하위그룹에 속하게 된 이유는 뭘까. 청주대는 이번 정량평가에서 41점 만점에 39.447점을 받았다. 반면 정성평가에서는 19점 만점에 11.398점을 받았다. 총 60점 만점에 50.845점을 받은 것이다.

청주대 교수회 관계자는 “정량평가는 장학금 50억원을 풀어서 이른바 돈으로 지표관리가 됐지만 정성평가는 그간 정말 학교가 어떻게 운영해왔는지를 평가한다. 지난 3년간 데이터를 갖고 하기 때문에 없던 프로그램을 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주대는 지난 재정제한대학에 선정된 이후 올해 초까지 정성평가에 대한 지표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청주대는 지난해 하위대학에 포함된 이후 장학금 50억원을 풀고 기자재를 구입하는 데 돈을 썼다. 이로 인해 정량지표는 올렸지만 정성지표는 관리가 되지 못한 것이다. 대학 측은 또 다시 “적립금 1000억원을 앞으로 풀어 전국 사립대학의 거점이 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교수회 관계자는 “돈만 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적립금을 3000억원 가까이 쌓아놓고도 교육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청주대는 그 와중에 적립금 34억원을 또 남겼다. 그 돈으로 정성지표를 관리했다면 이번에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적립금 1000억원을 투자하기 전에 먼저 그간 학교를 부실하게 만든 주체들이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1년 전에 황 총장이 공언한 말을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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