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회장 ‘깜깜이’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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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회장 ‘깜깜이’ 선거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7.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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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3년전 대한적십자 충북지사(이하 충북적십자)의 오랜 관행 하나가 깨졌다. 그동안 지사 회장은 도지사가 추천한 인물을 지사 상임위원회가 추인해왔다. 하지만 2012년 7월 도지사가 추천한 L씨가 독자 출마한 현 성영용 회장과 경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이시종 지사는 취임이후 2번에 걸쳐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적십자 회장을 두게 됐다. 단기필마로 당선된 성 회장의 3년 임기가 이달 말로 다가왔다. 상임위원회는 오는 28일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본보 확인 결과 성 회장이 연임을 준비하고 있고 유응종 적십자 전국 대의원의 추천설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 등록이나 출마가 아닌 ‘추천’으로 표현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회장 선출권을 가진 상임위원회가 독점적으로 추천권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에서 2명의 위원이 추천과 제청을 하면 비로소 후보로 인정된다. 공모 절차도 없이 상임위원회가 전권을 행사하다보니 전형적인 ‘깜깜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3년전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 과정에서 도지사 낙점 관행의 부당함을 지적한 바 있다.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도내 최대 민간 봉사단체 대표를 도지사가 지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적십자 회비를 관에 의존해 모금하다보니 도지사에게 ‘알아서 긴’ 것이다. 하지만 구태한 관행이 깨졌으니 이젠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자율적으로 적임자를 선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충북적십자사 상임위원회는 3년동안 아무런 제도 개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지사 추천 - 상임위 추인 관행에 적용하던 내부 추천·선출 방식을 그대로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임기가 끝나기 직전에야 지역 언론에 차기 회장 선출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거취표명을 하지 않은 성 회장에 대한 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상임위원은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28일 상임위에서 경쟁자가 없이 합의 추대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기 회장 선출이 공론화되자 적십자 봉사회 전 임원들이 성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특별 자문위원회도 반대 의견서를 상임위원들에게 개별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익명의 적십자 관계자는 “기자회견에 등장한 사람들은 법적·도덕적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 제명조치된 경우다. 여성 자문위도 도지사 부인이 회원이다보니 성 회장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과거 방식대로 선출을 강행할 경우 이같은 뒷담화는 확대 재생산될 여지가 높다.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단 한차례 상임위원회로 충북적십자의 수장을 뽑는 것은 사회적 동의를 얻기 힘들다. 선출 일정을 다소 늦추더라도 상임위는 우선적으로 선출방법을 바꿔야 한다. 후진적인 ‘깜깜이’ 선거를 탈피하고 공모 형식을 갖춰야 한다. 공개된 절차를 거친 차기 회장이라야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충북적십자 상임위원 18명이 지혜를 모아 전국적인 표준이 될 회장 선출제도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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