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재난관리, 그리고 신뢰 시스템
상태바
과학기술, 재난관리, 그리고 신뢰 시스템
  • 충청리뷰
  • 승인 2015.07.29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을 생각한다/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재은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재난관리에 있어서 초대형 재해를 보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수준은 빈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무엇이 예방을 위한 기술이고 무엇이 대응을 위한 기술인지 여부에 대한 정의조차 부재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무엇이 초대형 재해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인지에 대해 융·복합적인 연구를 통해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원자력 재난 등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재난의 분류와 가상 시나리오에 입각한 예방, 대응 등의 기술이 유형화되어야 한다. 셋째는 이들 재난에서 요구되는 기술이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문사회과학 전문가, 산업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필요한 기술이 논의되어야 한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그 산하에 재난재해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범정부적 차원의 연구, 개발, 관리 체계가 있어 나름대로 과학기술과 재난관리를 연계하여 논의하는 틀이 있었다. 현 정부에서도 자연재난뿐만 아니라 사회재난을 포함하는 다양한 재난을 관리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위한 정책 논의를 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미래에는 점차 초대형 재해위험의 불확실성과 피해의 양상이 다양화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을 위한 제학문적이고 다학문적인 협동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학계 전문가들과 실무 전문가들이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신종위기를 탐색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두는 담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위험 영역이나 재난 취약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제안하는 작업 또한 절실하다. 오늘 날 발생하고 있는 재난들은 그 원인이나 처방이 다양한 전문 영역의 공동 연구와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한 공동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생활의 안전을 위협하는 생활안전 위기나 초대형 재해의 경우 모두 예방과 대응에 있어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동시에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의 능동적 협업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예방과 대응에 있어서 국가 사회 영역에서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코어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안전 사회를 만드는데 필요한 가치, 제도, 리더십, 헌신,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핵심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코어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초대형 재해는 물론 일상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유기적 거버넌스와 능동적 협업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 영역의 주도에 의한 협력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둘째, 법, 행정, 예산에 의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기능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고 본다면, 조례를 통해 거버넌스 및 능동적 협업 체계 구축의 근거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위기관리의 실패는 정보공유의 실패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효과적인 정보공유는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공유다. 정보는 공급자가 주고 싶은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를 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정보 공유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위기관리에 대한 정보의 공유는 전문가 집단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포함한 언론, 국민, 전문가, 공무원들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보시스템과 같은 기술체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시스템의 구축이다. 신뢰시스템의 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가장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정부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될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