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 없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민낯
상태바
‘강매 없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민낯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7.29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OECD국가 중 1위 또는 ‘꼴찌’로 나라 망신을 자초한 사례는 많다. 자살률, 노인 빈곤율, 출산율, 아동의 삶 만족도, 국민 평균 수면시간, 1년 미만 노동자 비중 등이 최악의 지표로 나타났다. 여기에 아직은 미조사 분야지만 1위가 유력한 것이 있다. 대한민국 각 지자체가 벌이는 축제다. 특히 세계·국제라는 타이틀을 얹은 행사는 단연코 1위를 차지할 것이다. 민선 단체장 시대를 맞아 선심성 또는 치적 과시용 축제의 천국이 됐다.

대규모 지역 축제가 경쟁적으로 열리다보니 예산 낭비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또한 축제 관람객 수를 주요 평가지표로 삼다보니 입장권 강매도 빠지지 않는다. 도내 시군 공무원들은 자체 축제 이외에 충북도가 주최하는 국제급(?) 행사의 표도 떠맡고 있다. 지난해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의 경우 충북도청 20만장, 청주시 10만장, 10개 시·군에 8만장, 입장권 판매대행사인 농협충북본부가 12만장을 분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시·군에 할당된 표가 각 동별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등에 전가돼 강매 논란이 일었다.

오는 9월부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청원생명축제가 예정돼 있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공예비엔날레 입장권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을 시기다. 얼마나 할당을 받을 것이며 어디에 팔아야 할 것인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탓일까, 이승훈 시장이 27일 월간업무 보고회에서 획기적인(?) 발언을 했다. “표를 강매하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다소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이번엔(올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표를 강매해서 50만~70만명을 동원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코앞에 행사를 두고 입장권 ‘강매’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청원생명축제는 입장권을 상품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자발적인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관람객 53만명 유치와 농·축산물 47억원 매출이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뒀다. 외지 방문객도 4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돼 지속가능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5명의 관람객을 목표로 잡은 청주공예비엔날레다. 과연, 기업이나 기관단체의 대량 구매없이 35만명을 채울 수 있을까?

이 시장은 강매 중단 선언과 함께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자발적인 표 소비량을 봐야 지역주민의 실제 호응도가 어느 정도인 지 알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매를 통한 ‘거품’ 수치를 빼야만 순수한 공예비엔날레 관람객을 파악할 수 있단 얘기다. 16년째를 맞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민낯을 자발적 판매를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실제 호응도(순수 관람객)’가 낮다면 행사 개최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올해 9회째를 맞는 공예비엔날레는 지역 정체성, 산업적 성과, 국제 행사의 위상 등을 둘러싸고 논란거리였다. 지역 미술작가들조차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갈려 논쟁을 벌여왔다. 이제, 통합청주시 출범을 맞아 공예비엔날레를 수술대에 올려 볼 필요가 있다. 온고지신의 시각으로 접근하돼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포기할 수도 있다. 새 CI 선정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소통과 참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렇게해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다면 ‘그 끝은 더 창대하리다’고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