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적십자 회장 '한알의 밀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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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적십자 회장 '한알의 밀알'이 필요하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8.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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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이하 충북지사) 회장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청주시 휴암동 새 청사 이마에 적힌 표어가 무색해졌다. 차라리 '도민의 근심을 더해드리겠습니다'가 어울릴 지경이다. 지난달 28일 상임위원회 경선에서 7:6(기권 1표)으로 성영용 현 회장이 승리한(?) 결과에 대해 대한적십자사가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선거가  '재적인원의 과반수 출석은 충족했지만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은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인준을 공식 거부했다.

대한적십자사 정관 제14조 (의결정족수)에는 ‘전국대의원 총회, 중앙위원회 및 운영위원회 회의는 재적 대의원 또는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대의원 또는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규정돼 있다는 것. 따라서 14명이 참석한 상임위에서 과반수는 8표 이상이기 때문에 성 회장은 1표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성 회장이 스스로 투표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도덕적인 논란은 제기됐지만 당연직 상임위원장으로서 투표권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충북지사 회장 선거는 오는 10일 2차 투표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성 회장이 재출마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경쟁자였던 유응종 대의원(대한적십자사 전국대의원)은 대한적십자사의 인준거부에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1차 선거 때 보다 더 뜨거운 사전 선거운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과연, 도내 최대 민간봉사단체의 수장을 이런 이전투구식 대결로 뽑아야만 하는 걸까?

사실상 지난 1차 투표 결과는 성 회장에 대한 상임위원들의 집단따돌림(?)이나 다름없었다. 경쟁후보였던 유 대의원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자신의 1표를 뺀다면 6:6 동수로 나온 셈이다. 지난 3년 임기중 자신이 추천해 교체한 상임위원이 전체 18명 중 12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자신을 지자한 표는 절반인 6표에 불과했다. 일반 안건의 경우 상임위원장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가부동수일 경우 캐스팅보드로 행사하는 것이 관행이다. 하물며 15명이 모여 차기 회장을 뽑는 투표에 자신이 직접 참여한 것은 우리 사회 통념상 동의받기 힘든 행위다.

성 회장은 집이 제천이다보니 충북선 열차를 이용해 청주로 출퇴근하고 있다. 지금까지 충북지사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이따금 결재만 하는 비상근 직제로 일해왔다. 하지만 김영회 전 회장부터 상근체제로 바뀌었고 보수는 없지만 활동비 지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톤을 이은 성 회장은 청주역까지 마중나간 지사 차량을 이용해 청주-제천을 오가고 있다. 장시간 열차 출퇴근하는 지사 회장은 전국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굳이 비슷한 사례를 꼽자면 이태호 전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이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청주를 출퇴근했다. 역시,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상공회의소 재정을 통해 활동비가 지출돼 뒷말이 많았다.

4일 대한적십자사의 인준거부와 재투표 방침을 성 회장에 대한 '비토(veto)'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지난 2012년에도 도지사 추천 관행을 무시하고 경선으로 당선된 성 회장을 대한적십자 고위층이 '비토'한 바 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지사 추천후보인 N교수와 성 회장 모두 부적격자로 분류하고, 제3의 인물을 영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갔다.

이런 와중에 당시 유중근 대한적십자 총재는 성 당선자에게 "스스로 알아서 처신해달라"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심지어 유 총재는 이시종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후임자로 지역의 모인사(K씨)가 좋겠다. 일주일 가량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는 것. 하지만 며칠뒤 "K씨가 고사한다. 상황이 바뀌었다"며 성 당선자를 전격적으로 인준처리해 정치적 압력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재투표 방침에 대해 성 회장은 "지금이라도 적십자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좋은 분이 나선다면 나는 물러날 생각이다.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청도의 정서법상 현직이 용퇴를 선언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기는 힘들다. 이런 경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따지는 뻔한 수싸움에 불과하다. 더구나 2차 투표에서 성 회장이 과반 이상으로 당선되더라도 정통성 시비는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의 원론 언론인인 김춘길씨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충북적십자사의 분란에 우려를 나타내는 글을 올렸다. "(이전 생략)봉사와 헌신, 인류애 등의 정신이 충만하고 충북에서 봉사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는 존경받고 있는 인사가 분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인물을 추대할 생각은 않고 '감투싸움'을 벌이는 당사자들 중에서 회장을 뽑게되면 충북한적은 계속 갈등의 연속선상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충북한적이 새로 태어날 수 있느냐 여부는 새 회장을 어떤 인물로 뽑는냐에 달려 있다고 보는데, 일부 의견처럼 기왕의 양자를 배제하고 제 3의 적임자를 회장으로 추대하는 형식으로 회장선거 문제를 매듭짓기를 당부한다." 충북적십자가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성 회장이 '한알의 밀알'이 되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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