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테크노폴리스 주변 무분별한 개발행위 ‘빨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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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테크노폴리스 주변 무분별한 개발행위 ‘빨간등’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9.16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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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차익 노린 조립식 판넬형 창고 100여개·‘벌집’·원룸 등 난립해

SK하이닉스의 공장 증설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부지 주변에 개발차익을 노린 창고·집단 주택(일명 벌집)이 다수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조립식 판넬형 건축물은 청주시 흥덕구청의 무분별한 개발행위 허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1·2종 근린생활시설(공장 및 창고)을 허가하면서 기존 농로 3m를 법적 요건인 4m 진입로로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 1채당 1억5천만원에 거래되는 조립식 판넬 주택./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흥덕구청 건설교통과는 지난 3월 외북동 137번지 일대 9천㎡에 제1종 근린생활시설 인허가 신청을 받았다. 청주테크노폴리스 단지의 서쪽 외곽 2차선 도로와 인접한 위치였다. 문제는 진입도로 확보가 관건이었다. 국토교통부의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에 따르면 개발 규모가 5천㎡ 이상이면 6m이상의 도로를 확보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신청부지는 기존 농로 3m와 연결돼 신설될 2차선 도로와 연결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건설중인 2차선 도로는 완충녹지가 설정돼 기존 농로 폭대로 3m만 터준다면 법적 기준에 미달되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편법을 동원해 개발허가를 받았다.

해당 토지를 분할해 5명이 개별 신청하는 방식으로 소규모로 바꿔 개발허가 심의대상에서 벗어났다. 진입도로도 5천㎡ 이하에 적용되는 4m로 완화시켰다. 여기에 흥덕구청 건설교통과는 콘크리트 포장된 3m 농로옆에 폐골재를 깔고 찍은 사진을 근거로 진입도로를 4m로 인정해 개발허가를 내준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흥덕구청 담당직원도 3m 포장농로임을 인정했다. “포장된 부분은 3m가 맞다. 하지만 비탈면이 아니고 방해 시설물없이 차량통행이 가능하면 노폭을 더 인정할 수 있는 국토부의 지침 운영사항 안내공문이 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 조건부로 허가한 것이다. 조건은 나중에 완충녹지 4m이상을 확보해야만 준공검사를 내주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난개발을 막기위해 2014년 마련한 진입도로 규제를 1년만에 완화시킨 셈이다.

▲ 폭3m의 농로 옆에 폐골재를 깔아 4m로 만들었다.

포장농로 3m, 진입도로 4m로 인정

현재 진입도로로 허가한 3m농로 안쪽에는 1종 근린시설 1동과 2동의 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식으로 3m농로를 진입도로로 한 2종 근린시설이 반경 100m이내에 7~8동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입주자도 없는 신축원룸이 자리잡고 있다. 신축원룸은 공인중개사가 임대가 아닌 분양 투자상담 프래카드를 내걸었다. 해당 공인중개사에 확인결과 청주테크노폴리스 단지 경계와 접한 신축원룸 1층 55㎡(17평)형의 분양가가 1억5천만원에 달했다.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사업부지에 포함되기만 하면 보상비와 이주자 택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주자 택지 딱지만 1억5천만원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상비는 투자수익이 될 수 있다. 그전까지 주소지만 옮기고 살고 있다는 흔적만 남기면 된다”고 말했다.

2차 사업부지 편입에 따른 기대심리로 벌집형 집단주택도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취재진이 내곡동, 원파동, 송절동, 화계동, 문암동 등 일대를 둘러본 결과 조립식 판넬형 집단주택(벌집)이 4개소이며 호수로 30여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0~250㎡ 부지에 50㎡ 이내의 소규모 주택이지만 거래가가 1억5천만원을 넘고 있다.

마을 주민 Q씨는 “SK하이닉스 공장 증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대부분 팔려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준비하는 곳이 몇군데 더 있다는데, 주민들이 볼때는 속도 상하고 한심한 생각도 든다. 수십년 고향땅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집도 아닌 집을 지어놓고 엄청난 돈을 받으니 이해가 가겠는가. 무엇보다 허가를 내주는 행정기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종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아 지은 조립식 판넬 건물도 100여동에 달한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증언이다. 당초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부지에 포함됐다가 축소되면서 개발제한지역에서 해제된 곳이다. 금융권에서 PF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분양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면적을 축소하게 된 것. 개발제한이 해제되면서 1종 근린생활시설과 집단주택 인허가 신청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 1종 근리생활시설로 허가받은 창고형 건물.

원칙적 행정이 편법 막아

개발예정지 주변의 투기성 개발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국에 걸쳐 이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과연 인허가 관청에서 제재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흥덕구청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건축물이 준공허가가 나는 경우는 없다. 인접지역에서 필지분할을 통해 소규모로 신청하는 방법도 불법은 아니다. 다만 법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허했을 경우 행정소송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다. 사전에 제한구역을 묶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주체인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주)측의 입장은 온도차가 뚜렷했다. 자산관리(주) 모 임원은 “농로를 차량 교행이 힘든 3m로 만든 것은 일반 도로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지를 이용한 난개발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에 진입도로 최소폭을 4m로 정한 것 아니겠는가? 인허가기관에서는 그 지침대로 하는 게 원칙이다. 주변여건을 감안해 4m로 인정한다면 전국 어느 농지도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민원부담이 따르겠지만 애초부터 원칙을 고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공장 증설 방침에 따라 청주테크노폴리스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흥덕구청 공단조성팀 담당자는 “사업부지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개발차익을 노린 건축물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황파악을 마치면 그런 문제 지역을 피해 부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송역세권개발사업 ‘10년 헛바퀴’ 투기 세력이 한 몫>

사업자 선정 실패로 백지화됐던 KTX오송역세권 개발 사업이 민간이 주도하는 환지방식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당초 2005년 ‘오송신도시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된 역세권 개발사업은 충북도의 역세권 도시개발지구 지정,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수립절차를 진행했다. 기본계획 발표 이후 개발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벌집’ 건축, 조경수 밀식 등 편법이 난무했다. 충북도와 당시 청원군은 투기목적의 토지매입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근 지역 공시지가 상승률이 4∼7%에 그칠 때 역세권 일대 상승률은 평균 81.8%를 기록한 것이다.

그럼에도 도는 2011년 역세권 개발 예정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경기침체와 땅값 폭등으로 개발 면적을 162만 3000㎡에서 64만 9000㎡로 60%나 축소시켰다. 하지만 2차례에 걸친 민간사업자 공모에 신청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충북도 청원군 공동출자를 조건으로 3차 사업자 공모에 돌입했다. 2곳의 컨소시엄 참여업체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심의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결국 도는 사업 추진 8년만인 2013년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간 추진위가 청주시에 자체적인 환지 개발방식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시는 오송역세권지구 71만 3564㎡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고시할 계획이다. 무분별한 투기세력의 난립으로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이 10년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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