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축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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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축제, 이대로 좋은가
  • 충청리뷰
  • 승인 2015.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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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청주시와 중국 칭다오, 일본 니가타가 2015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다채로운 행사와 문화교류가 3국을 오가며 풍성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민들로 하여금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지역 문화의 자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두루 아시는 것처럼 ‘동아시아문화도시’란, 한·중·일 문화장관 회합에서의 합의를 토대로 한국·중국·일본의 3개국에서 2014년부터 열리고 있는 사업입니다.

문화예술에 의한 발전에 힘쓰는 도시를 각국 1개 도시씩을 선정하여 1년 동안 다양한 문화예술 이벤트 등을 통해 교류를 돈독히 하고 동아시아 상호이해를 도모하는 동시에 세계를 향해 동아시아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개최도시는 문화적 특징을 살려서 문화·산업·관광 진흥과 계속적인 발전을 목표로 합니다.

이렇게 활발한 문화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청주시는 한중일 3국의 공통 접점을 ‘젓가락’에서 찾았습니다. 이것을 매개로 11월 11일 젓가락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 현재 각 동마다 부문별로 젓가락 경연대회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무언가에 등 떠밀려 가는 기분입니다. 왜라는 의문이 자꾸 듭니다. 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여 행사를 만들고, 준비하는 분들께는 다소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잠자코 있을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논의를 확장해 시행착오는 방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11월 11일 하면 일명 ?‘빼빼로 데이’라 하여 상업문화가 판치는 날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보다는 젓가락 축제가 훨씬 건설적이긴 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민의 혈세 5억을 들여 지역축제를 하는데 성공한 축제로 갈 것이냐, 일회성 축제로 끝날 것이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젓가락이 한·중·일 공통의 문화이자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시민들이 실제로 이런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지울 수 없습니다. 성공한 축제로 가려면 시민들이 행사 취지를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공감대 형성은 필수입니다.

아래로부터 기반을 다진 행사는 실패할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젓가락 페스티벌은 청주시가 기획하고 우수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정도이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은 없었습니다. 즉 시민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관만 동떨어져 앞서 가는 방식이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동별 조직을 최대한 활용하여 구색을 맞춰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민선시대 들어 자치단체별로 수 천 개의 축제가 횡행했습니다. 그 중 자치단체장 치적 중심의 전시성 행사, 생색내기용 행사, 예산낭비성 행사는 시민들의 외면 속에서 무수히 사라져 갔습니다. 혈세낭비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과정에서 교훈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급조한 행사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제대로 기획하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행사는 금방 사라져간다는 것 등입니다.

관주도의 행사도 문제입니다. 예산이 투여되고, 행정조직이 움직이면 일단 행사는 됩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이 문제입니다. 직지축제나 청주성탈환 축제 같은 행사들은 민에게 주도권을 이양하고, 호평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관주도로 갈 수밖에 없는 한계와 구조가 있습니다. 그러면 창의성도 자발성도 문제가 생깁니다. 일본의 성공한 축제들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축제입니다. 앞선 교훈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청주시의 젓가락 페스티벌은 그러한 전철을 되밟는 듯 합니다. 그래서 시작 전이지만 몇 가지 우려가 앞섭니다.

급히 먹는 밥이 왜 체하겠습니까? 시민들이 갖는 합리적인 우려들을 청주시는 외면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축제로 가기 위해서 보다 촘촘한 준비와 생략된 공유과정도 반드시 챙겨봤으면 합니다. 그래서 젓가락 페스티벌이 성공한 축제로 회자되고, 지역문화의 자산으로 확장되며, 지역민의 자긍심으로 자리 잡아 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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