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할 권리, 노조할 권리
상태바
노동할 권리, 노조할 권리
  • 충청리뷰
  • 승인 2015.10.28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암세평/ 문설희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
▲ 문설희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

비가 오는 새벽, 혼자 일을 하다 다쳤다. 손가락의 뼈가 튀어나왔지만 도움을 구할 곳이 없었다. 스스로 차를 몰고 병원을 찾아가 응급조치를 취한 후 회사에 전화를 했다. 돌아온 답변은 대신 일할 사람을 쓸 비용을 물라는 것이었다. 산재보상도, 급여보장도 없었다. 그 어떤 위로도 없이 보름의 입원기간이 흘렀다. 회사에 대차비용 60만원을 물어냈다. 만삭의 아내와 어린 아들을 생각하니 요양은 사치였다. 다친 손으로 일을 시작했다. 부러진 뼈는 제대로 붙지 않았고, 장애후유증이 남았다. 풀무원 화물노동자 이현철 씨의 손에 얽힌 사연이다.

어디 이러한 사연이 한 두 개이랴. 무려 16시간 일을 한 후 다음날 30분 늦었다고 벌금 200만원을 낼 뻔했다가 노동조합 중재 덕에 50만원으로 벌금이 깎여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풀무원 막내 화물노동자의 사연, 수도검침을 하던 중 옆집 개에 얼굴이 물려 온통 피범벅이 된 상황에서 SOS 전화를 할 노동조합이 있어서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는 청주시수도검침원 노동자의 사연, 아이들의 방과 후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하지만 강사라는 신분으로 인해 학교 안에 설 자리가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현장사례 발표를 하던 방과후학교강사 노동자의 사연… 충북지역의 비정규직노동자 사연만으로도 넘치고 넘칠 지경이다.

이러한 비정규직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차별을 끝내기 위해 오늘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은 투쟁한다. 엄연한 노동자이지만 산재보상, 4대 보험, 퇴직금 등 최소한의 권리조차 부정하는 세상을 향해 노동할 권리를 외치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싸우기 위해 노동조합할 권리를 외친다. 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은 50일이 넘도록 꿋꿋하게 파업투쟁 중이며, 청주시수도검침원노동자들은 끈질긴 투쟁 끝에 청주시와 교섭의 공간을 열어냈다. 충북방과후학교강사들은 하나 둘 뭉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 중이다.

이러한 투쟁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여의도 국회 앞 30미터 높이의 광고탑에는 두 명의 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이 매달려있다. “파업이 50일을 넘어갔는데 사측에서 대화조차 거부, 문제해결의 심각성을 느꼈다”는 것이 이들이 비가 오는 10월 24일 새벽 목숨을 걸고 미끄러운 철탑에 오른 이유이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라는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풀무원은 50일이 넘도록 외면하고 있다. 청주시 역시 대화로 문제해결을 하자면서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며 1년 단위 계약기간인 수도검침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더 큰 투쟁으로 뭉치는 수밖에 없다. 이제 11월 14일, 충북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전국의 민중들과 만나려고 한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할 권리와 노조할 권리를 위해 충북의 화물노동자, 수도검침원, 방과후학교강사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 그리고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연대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