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자비는 없고 반목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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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자비는 없고 반목만 있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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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법주사 경내 궁현당에선 말 그대로 복불인견의 장면들이 연출됐다. 이날 5교구신도회 대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부 참석자들이 육두문자를 내 뱉으며 몸싸움까지 벌이는 바람에 분위기는 초장부터 험악했다.

이날 총회는 법주사측이 기존에 5교구신도회를 이끌던 김정길회장(전 충북도교육위원) 체제와는 무관하게 5교구신도회 재창립을 기치로 소집한 것인데, 김회장측의 반발로 돌연 신도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총회가 아닌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것이다.

   
▲ 23일 대의원 총회 장면
회의 내내 법주사측과 김회장측은 서로 상대방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초 김회장측은 총회소집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청주지법에 총회소집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회의가 시작되기 전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러나 김정길씨와 소송 대리인측은 “충분한 소명 및 근거자료를 제시했다”며 법원 기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5교구신도회 회칙 제 17조 3항에 따르면 대의원총회(임시총회)는 ‘총재(법주사 주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 회장이 소집한다’고 명시돼 있어 대의원총회의 실제적 소집권자는 5교구신도회장이고 다만 총재는 회장에게 소집을 요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제 17조 4항이 ‘회장의 소집요구가 있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한 때는 그 소집을 요구한 구성원이 총재의 동의를 얻어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 회장의 전횡을 막고 있다.

뒤늦게 “정식 절차 밟겠다”

김정길회장측은 “23일의 총회소집과 관련 사전에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우리 쪽에서 총회소집을 거부했다면 법주사측에서 독단적으로 강행해도 할말이 없지만 법주사는 원초적으로 이런 절차를 무시했고, 총회 소집시 일시 장소 목적을 기재해 각각 1개월(정기총회) 15일 전(임시총회)에 불교신문에 공고하고 개별통지해야 한다는 교구회칙도 무시했기 때문에 23일 총회는 원초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견해도 이와 같다. 당초 법주사측은 지난 7월 29일 대의원총회를 소집했다가 역시 절차상 논란에 휩싸여 8월 23일로 연기했는데 23일 소집과 관련해서도 법주사측은 불교신문 공고와 개별통지를 하지 않고 8월 10일 공문을 통해 산하 말사·암 주지에 이를 통보하며 신도회에 이를 공지토록 주문했다. 당시 공문내용은 제5교구신도회 창립과 신도회장선출건을 분명히 하고 있다.

23일 총회를 무산시키고 간담회로 전환한 법주사측은 일단 대의원 적격자들에 대해 조만간 1박 2일간의 교육연수를 마치게 해 총회소집을 위한 완벽한 자격을 갖춘 후 다시 신도회장을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갈등의 봉합은 쉽지 않을 조짐이다. 당장 김회장측은 법주사측이 임원들에 대해 1박 2일간의 교육을 갖더라도 그 당사자들에게 모두 대의원 자격이 부여되는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 5교구신도회측 관계자는 “5교구신도회가 활동한 지난 5년간 임원 재교육을 이수했거나 종단에 등록된 각 지회나 지부장, 그리고 교구신도회 임원 등이 대의원 자격을 갖는다. 어느날 갑자기 1박 2일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자격이 주어지는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법주사측은 23일 회의에서 현 김정길회장 체제와는 무관한 새로운 신도회를 재창립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종단 포교원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현 김정길체제의 5교구신도회를 무시한 법주사 주도의 재창립은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1교구내에 2개 교구신도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도 양측의 갈등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중앙신도회는 지난해 5월 7일 공식임기가 끝난 김정길씨의 회장직 수행에 대해서도 “신임회장을 선출하기까지는 전임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는게 일반적인 관례“라고 답변, 사실상 현재까지도 김회장의 직책이 유효함을 인정했다. 이런 원칙이 준용된다면 설령 법주사측이 새로운 신도회를 창립한다고 해도 임의단체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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