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냐 반동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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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냐 반동이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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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에 대한 개선” “친정체제 구축” 맞서

23일 5교구 대의원 총회에서 법주사 주지 도공스님은 최근 사태에 대한 일단의 심경을 밝혔다.

이날 도공주지는 “산중에서 정진하는 사람으로 사회법을 잘 모른다. 일찍 법을 알았으면 오늘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한 후 ‘개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 한 참석자가 법주사의 교구신도회 재창립 방침에 강력 항의하고 있다.
도공주지는 “막상 주지를 수행하다 보니까 고쳐야 할 것이 많더라. 당장 참배 및 방문객 수가 급감함으로써 재정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 좀 바꿔 보려고 하는데 자꾸 시비가 일어난다”면서 끊임없이 반대파에 휘둘리는 노무현대통령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법주사 주지가 이렇게 골치아픈 자리인줄 알았다면 출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가 (다음번 선거에) 나온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겠다”고 격앙되게 말했다. 그러면서 “주지 취임 이후 갖은 음해와 비방이 가해졌다”며 개혁하고 개선하는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도공주지는 5교구신도회와 관련해서도 “주지가 바뀐만큼 단순하게 새로 신도회장을 뽑아 열심히 하면 모든게 해결될 것으로 알았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 전임 주지도 뜻에 맞는 인사를 선출해 불교발전에 힘쓰라고 했다. 주지를 음해하고 종교문제를 사회법으로 해결하려한 김정길씨에 대해선 일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자격정지 시켰다. 아마 종단 차원에서도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공주지는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법주사측이 조계종 중앙포교원에 충북광역신도회 등록을 최소할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언론보도가 법주사 입장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 섰다. 그러나 김정길씨측은 “만약 법주사가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다면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걸겠다”고 발끈했다.

“협박 전화 오고 승용차 펑크”

도공주지는 얼마전 지방 기자단과의 회동에서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선거가 끝난 후 협박전화가 잇따랐고, 어느날 자신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바퀴 4개가 예리한 흉기로 찢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기자는 “산중에서 과연 일이 있을까 의심했지만 워낙 실감나게 설명하는 바람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몇마디 오갔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주사 관계자는 “협박전화에 대한 구체적 얘기는 듣지 못했고, 다만 승용차의 타이어를 누가 고의적으로 펑크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선거는 도공주지와 현 연꽃마을 이사장인 각현스님의 맞대결로 치러졌는데 처음 여론은 각현쪽에 유리했으나 결과는 도공스님의 승리로 끝났다.

도공주지는 취임하자마자 인사규정을 개정, 정년을 60세에서 57세로 낮춰 사무장을 포함한 장기 근무자를 퇴직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굳이 수십년 동고동락한 직원 퇴직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해야 하느냐는 일부 비판이 일었다. 이 때문에 전임 주지인 석지명스님의 퇴임 후 거처를 거액을 들여 따로 마련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모두 초심으로 돌아 가라

법주사의 한 관계자는 “주지가 바뀌면 물론 새로운 시각에서 사찰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기존 질서를 원천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상대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겠는가. 누가 뭐라고 해도 법주사측이 현 5교구신도회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교구신도회를 새로 창립하려 한 것은 잘못이다. 단순히 절차적인 문제만 따진다면 법주사에 책임이 있다. 김정길씨가 잘났건 못났건 지난 5년이나 사비를 들여 교구신도회를 이끌어 온 마당에 명예롭게 퇴진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게 옳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를 왜 이렇게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 첫단추를 잘못 꿴 것을 계속 합리화하다 보니까 일이 꼬인다. 서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반목한다면 사안을 정확히 봐야 한다. 대의원들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이 당사자들의 말만 듣고 이쪽 저쪽으로 쏠릴게 아니라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신성한 사찰 경내에서 상소리가 나오고 삿대질이 오간다면 말이 되는가.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원인과 그 책임자를 철저하게 밝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흥분했다.

한편 도공주지가 천명한 개혁의지와 관련, 도내 불교계 일각에선 전임 주지인 석지명스님과 비교평가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명스님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엄청난 국고가 들어가는 대웅보전 해체 보수공사를 성사시켰고, 법주사의 상징인 금동미륵대불에 대해서도 개금불사를 시행하는 등 많은 불사를 이뤄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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