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제천·단양, ‘포스트 송광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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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제천·단양, ‘포스트 송광호’는 누구?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5.11.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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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앞두고 여야 후보군 ‘각개약진’ 시작… 이근규 시장 출마설 최대 변수로
 

지난 12일 친박 중진이자 도내 최다선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송광호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다. 철도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 혐의로 재판을 벌이던 송 의원이 이날 징역 4년에 벌금 7000만 원, 추징금 6500만 원의 중형을 확정받음에 따라 무주공산이 된 제천·단양 지역은 여야 정치신인들 간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했다.

지역 정치권은 이미 송 전 의원의 당선 무효형 확정을 예상해 오던 터라 대법원 판결 이전부터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이번에 송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일정 수준 현역 의원 눈치를 보던 여당 출마 예정자들도 노골적으로 공천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제천·단양 선거구는 여야 각 당에서 복수 후보들이 ‘포스트 송광호’를 노리며 골목 민심을 훑고 있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경찰청장을 역임한 새누리당 김기용 씨다.

일찌감치 이 지역 출마의사를 밝힌 김 전 청장은 1년여 전부터 지역에서 자장면 급식봉사활동을 벌이는 한편, 한 달 동안 영업용택시운전을 하면서 지역 주민과 접촉면을 넓혀 왔다. 지난 9월 22일에는 ‘제천·단양 미래발전연구원’을 개원하고 지난달 14일 새누리당 충북도당에 입당한 바 있다.

지난 15일 제천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자전적 에세이 ‘김기용의 아름다운 동행’ 북 콘서트를 열고 지역 유권자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송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최귀옥 ‘제천희망포럼’ 대표도 지역 내 이슈 선점을 위한 노력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제천·단양 지역에 시멘트 생산업체를 제외하고는 내로라하는 제조업 기반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전기자동차 생산업체 제천 이전을 추진하는 등 ‘경제 살리기’를 테마로 하는 지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최 대표의 주선으로 충북도, 제천시를 상대로 제천에서 사업설명회를 갖는 등 공장 설립을 구체화하며 최 대표의 정책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밖에 새누리당 주자로 거론되는 여당 후보군에는 엄태영 전 제천시장, 권석창 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김회구 전 청와대 비서관, 송현승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등이 있다. 이들 역시 주말마다 지역 행사장을 누비며 유권자의 눈도장을 찍는 등 분주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엄 전 시장은 지방의원에 이어 민선 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는 등 지역에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과거 시장 시절 가동했던 친위 조직이 전력 누수 없이 얼마나 밀도있게 다시 뭉치느냐가 당 내 경선 통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 전 청장은 야당 후보군에도 속했으나, 최종적으로 여당행을 선택했다. 당 내에 영향력이 큰 기라성 같은 후보들과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정책적, 정무적 역량을 발휘해 짧은 기간 안에 상대적으로 뒤쳐진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내 경선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정치에 때묻지 않은 공직자 출신으로서 참신성과 전문성을 내세워 당심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김 전 비서관은 지역보다는 주로 중앙에서 활동했다는 약점이 있지만, 당료 출신으로 충북도당 사무처장을 역임하는 등 송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다소 느슨해진 당심을 끌어올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송 전 이사는 중앙 메이저 언론의 대표를 역임한 이력을 바탕으로 지역 민심을 노크하고 있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단점 속에서도 두터운 중앙인맥과 경영 능력을 내세운 지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누리당 제천·단양당협 관계자는 “송광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따른 당원들의 실망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내 정당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을 월등히 앞서고 있고 거론되는 후보군의 경쟁력도 새누리당이 앞서는 것으로 본다”며 “중진의원을 잃은 것은 안타깝지만, 공정한 당내 경선을 통해 유능한 새 인물이 공직 후보로 추천돼 당선된다면 향후 10년 이상은 새누리당이 지역 정치권을 평정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그동안 여당의 초강세 속에 지리멸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자당 소속 이근규 제천시장이 지역 정치 지형의 한 축을 확실히 장악하면서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점증하는 분위기다. 서재관 전 국회의원 퇴장 이후 모래알처럼 흩어졌던 당 조직도 상당 수준 공고해졌다는 판단 아래 4~5명의 후보군이 자천타천 거론되는 등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야당 후보 중 가장 공격적으로 지역을 누비는 인물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이후삼 전 충청남도 정무비서관이다. 이 전 비서관 측에서는 지난 10월 초 안희정 지사의 제천 방문을 계기로 야당 지지세력의 결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야당 대표를 역임한 김한길 의원계 이찬구 전 특보와 장인수 중앙당 부대변인, 장진호 변호사 등의 지역 활동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 전 특보, 장 부대변인은 각각 풍부한 야당 내 중앙 인맥을 앞세워 당원과 지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사법고시 제44회 출신으로 충북 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장진호 변호사는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 당내에 일정한 지분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이달 28일에는 『헌법재판과 한국민주주의』, 『화물자동차의 위수탁관리』 출판 기념회 겸 북 콘서트를 열고 경선에 대비한 지역 다지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최근에는 공직 사퇴 후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던 연영석 전 충북도립대 총장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관심도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다. 도내 북부권 재건을 노리는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연 전 총장의 당 합류를 적극 권유했다는 확인되지 않는 내용까지 보도되고 있어 연 전 총장 변수도 야당 경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대목은 이근규 시장의 총선 차출설이다. 본인은 거듭 시정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생물처럼 변화무쌍한 정치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출마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역 정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천·단양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이근규 시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장에 당선돼 지역의 야당 지지층 결집 현상이 뚜렷해졌다”며 “내년 총선에서 집권당 심판풍이 거세게 불고 이근규 시장의 원활한 시정 추진을 위해서는 야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선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가 유권자의 호응을 받을 경우 8년 만에 지역구 탈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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