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혼기인 80대에 시작한 장학기금 기부 선행을 9년째 계속하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음성군 금왕읍 도청2리에 사는 남해원(94)옹은 11일 금왕읍사무소를 방문해 (재)금왕장학회에서 500만원을 기탁했다. 남옹은 2008년 100만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장학금을 쾌척해 올해까지 2300만원을 기부했다. 특히 남옹의 장학기금은 농사짓는 틈틈이 마을 주변을 돌며 모은 재활용품과 고철을 팔아 마련한 돈이라 그 의미를 더 했다.
남옹은 이같은 선행으로 지난 2012년 제14회 금왕읍민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금왕읍민대상 심의위원회는 “금왕장학회 법인 설립과 장학기금 모금에 이바지 하고 불우이웃돕기, 금왕체육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했다. 남 옹은 “자식들 모두 공부시키고 각자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살고 있으니,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흔을 넘긴 나이지만 3300㎡가 넘는 논 농사를 직접 지을 정도로 아직 건강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농사일이 없을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고물을 수집하러 나선다. 스스로 쉴틈을 주지않고 무엇이든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고물 수집을 마치고 나면 방안에서 두 세 시간 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줄줄 외우는 독실한 불교신자다.
아들 성엽(57)씨도 아버지의 묵묵한 선행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고물을 주우러 다니는 아버님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자식들도 고철이 있으면 모아서 갖다 드린다. 방안에 앉아 불경을 외시는 모습을 보면 저희 아버님이야말로 살아계시는 부처님이 아닌가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