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국고보조금 비리 ‘세상에 이런 일이’
상태바
기막힌 국고보조금 비리 ‘세상에 이런 일이’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6.01.22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천 봉양읍 마을 이장, 공공사업 부지 명의 본인 앞으로… 딸·측근에게 급여 지출도
▲ 국고보조금 관련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J씨의 체험관 전경.

제천의 한 마을 이장이 국고보조금을 목적 외 사업에 사용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은 이달 초 봉양읍 한 마을 이장 J씨를 국고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J씨는 제천시에 체험을 겸한 개구리양식장을 운영하겠다며 자신 주도로 설립된 영농법인이 2억 원의 국비를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그러나 본래 목적사업이 아닌 녹색체험관을 짓는 등 다른 용도로 국고보조금을 사용해 법원에 기소됐다. 특히 J씨는 녹색체험관 부지를 법인이 아닌 자신 명의로 등기하는 등 사실상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법원 역시 J씨에 대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말을 바꾸고 반성하지 않는 등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는 점을 엄중히 질책했다. 다만 혐의가 가볍지 않음에도 초범으로 국비유용 범죄 등에 대한 범죄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 집행을 유예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J씨 측은 시종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녹색체험관 부지를 법인이 아닌 자신 개인 명으로 한 데 대해 “국비 사업의 원활한 수행과 마을 이익을 위해 부지를 본인 명의로 한 것일 뿐”이라며 국비보조금을 유용하거나 법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J씨와 함께 사업을 주도한 A씨는 “녹색체험관 부지는 당초 마을 공동명의로 매입할 수 없었고 자금 담당자도 신용이 낮아 J씨 명의를 사용했을 뿐 해당 부지가 J씨 땅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며 단순히 법적 논리로 사안을 재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J씨는 토지 매입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금 2000만 원을 차용해 검찰에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씨는 “J씨에게 국고보조금 중 2000만 원을 준 것은 맞다”면서도 “개인적 차용이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J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000만 원의 성격에 대해 자신이 명의만 빌려줘 매입한 토지 대금 등이라고 주장했다가 돌연 차용한 돈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수시로 입장을 바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마을 일부 주민들은 “2000만 원이 국고보조금에서 빠져나가 토지 명의가 J씨 개인 이름으로 등재된 상황이 특정되면 국고보조금 유용으로 형량이 무거워질 것으로 판단해 돈을 단순 차용한 것으로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중에 총무 등 핵심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차용금으로 주장한 것도 이런 차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초 J씨는 문제의 2000만 원을 정당한 회계 지출로 포장하기 위해 총무 인건비로 사용된 것처럼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실제로 총무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법원 판결에도 녹색체험관 부지 명의가 J씨 앞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한편 J씨는 이 사업과 관련해 자신의 딸을 사무장으로 등록하고 마을에 배정된 별도의 운영지원금에서 1400만 원을 급여로 처리한 사실도 드러나 마을 주민의 공분을 샀다. 뿐만 아니라 당초 농지였던 체험관부지는 형질변경을 통해 건축이 가능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실제 건물 부지에는 구거(배수로)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불법 건축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문제를 처음 취재한 지역 언론 B기자는 “농촌의 한 작은마을 이장이 벌인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치밀하고 수법이 과감해 놀랐다”며 “제천시는 법원 판결로 이 사업의 온갖 비리와 추태가 드러난 만큼 다른 의혹을 포함한 전면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