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친북과 친남의 하나님
상태바
[오늘을 생각한다] 친북과 친남의 하나님
  • 충청리뷰
  • 승인 2002.05.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친북(親北)의 하느님, 친남(親南)의 하느님, 그리고 친소, 친미, 친일, 친중, 친인류의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은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신다. 선인이나 악인이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고 한 빛을 비추신다. 내가 늘 고백하는 사도신경에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믿나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천지 만물을 만드신 하느님이라면 당연히 북한의 땅과 하늘 그리고 사람도 만들지 않았는가? 창조주 하느님을 믿고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분이 만드신 작품인 인간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북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친북세력'이다. 그러나 또한 '친남 세력'이다. 내가 북한 형제들을 사랑하는 것을 과연 하느님이 싫어 하실까? 하느님도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공산당”이라고 말씀하실까? 만일 그런 하느님이라면 성서에서 말하는 '자비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 ‘아가페의 하느님'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거짓 우상일 뿐이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분단의 하느님'이 아니다. ‘화해와 일치의 하느님'이다. ‘전쟁의 하느님'이 아니라 ‘평화의 하느님'이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세상과 인간을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이다. ‘아가페 사랑의 하느님'이다. 하느님이 ‘아가페 사랑'을 우리에게 명하셨다면, 그분을 믿는 나는 당연히 ‘아가페 사랑'을 해야 한다. 북한 형제들을 사랑할 때 조건이나 상호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아가페'가 아니다. 더구나 종교인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금년에는 두차례에 걸쳐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였다. 지난 3월에는 ‘안중근 의사 순국 91주기 추모행사'를 하는 자리였고, 11월에는 ‘안중근 의사 하얼삔 의거 9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남북 7천만 겨레가 존경하는 애국지사이며 평화의 사도 안중근 의사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운동'을 토론하는 자리였기에 매우 뜻깊은 만남이었다.
안중근 의사는 역사적으로 1910년에 순국하셨기에 남북의 분단 이전의 애국지사로서 이데올르기를 넘어서는 민족정기의 인물이다. 또한 한국의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 중국, 일본 세나라에서 모두 동양의 인물로 추앙받고 있으니 동북아의 평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분으로 부각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자주 독립과 평화사상은 분명 한반도 통일의 근간이 되는 정신으로서 이분의 평화사상을 계승하기 위한 남북 만남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정치적, 경제적 통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신문화적 영역의 통일 준비가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 때문에 남북의 정치적 냉각기를 맞이하던 11월에 안중근 의사 남북 기념 공동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도 민간 부문의 정신문화적 통일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진실을 깨닫게 한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으로 세계와 한반도가 긴장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통일 분야는 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통일은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실천으로 실현될 수 있음을 새삼 확신하게 된다.
통일의 주체는 남북의 국민이다. 결코 권력자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매인 정치인들이 아니다. 진실하고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그리고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통일의 주역이고 일꾼이라는 진리를 북한 방문을 통해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평양에도, 청주에도, 워싱톤에도, 아프가니스탄에도 계신다. 하느님께서는 부자들 가운데도 그리고 가난한 이들 가운데도 계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