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오창산단 암모니아 누출량 200배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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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오창산단 암모니아 누출량 200배 늘어나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3.0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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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머트리얼즈’사고초기 10kg, 감식결과는 1.93t 200배 차이
사고 신고 지연, 누출량 축소의혹 불구, 임직원 3명 불구속
▲ 암모니아 누출사고 당시 현장.

청주 오창산업단지 가스제조·공급 업체인 ‘원익머트리얼즈’의 암모니아 누출사고 당시 누출량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충북일보>는 8일자 신문기사를 통해 소방당국이 추정 발표한 결과(10ℓ)와 경찰 조사결과(1.93t)가 무려 2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사고 초기 업체측의 축소·허위 보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누출사고는 지난해 10월 청주시 청원구 오창산단 ‘원익머트리얼즈’공장의 화학물질 저장탱크 3대 중 1대에서 암모니아 10ℓ가 22분간 가스 상태로 누출된 것. 이 사고로 인근 공장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A(29)씨 등 노동자 43명이 가스에 노출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에 신고가 지연되는 등 초동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에 최초 신고접수한 시점은 사고당일 오후 6시 11분이었다. 하지만 조사결과 회사측이 가스누출을 인지한 시점은 5시 25분으로 밝혀져 결국 46분 후에 소방서에 신고한 셈이다. 인접한 다른 업체나 아파트 단지 에도 통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고 상황을 알지 못한 인근 업체 직원 등이 암모니아 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화학물질관리법 제43조 ‘화학 사고 발생신고 등’에 따르면 화학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즉시(15분 이내)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 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15분내 신고 어기고 46분 지연

특히 병원을 찾아가 진료 입원한 환자 40여명 가운데 ‘원익머트리얼즈’직원은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일 26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병원에 가질 않았다면 회사측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신고 시점과 직원 후속처리 등을 감안하면 사고 은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인근 업체 관계자는 “현장과 떨어진 다른 업체에서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면 상당히 심각한 누출상황 아닌가? 그런데 해당 업체에서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밀감식 결과 ‘유량기에 틈이 생겨 누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조사를 맡아온 청주청원경찰서는 지난 3일 안전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업체 대표 A(59)씨와 제조상무, 환경안전팀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상·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표 A씨 등은 경찰에서 “사고 전까지 유량계 파손 사실을 몰랐다. 암모니아 누출 당시 자체 수습을 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는 것.

경찰 조사결과 당시 비상벨이나 비상살수기 등 사고대비 시설물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스 누출량도 10ℓ가 아닌 1.93t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사고초기 소방당국와 화학물질안전원은 조사자료에 ‘20t 저장탱크 중 약 5t 저장되어있던 암모니아수(98%) 저장탱크에서 플로우미터(유량계) 파손으로 약 10kg 유출된 사고’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정밀감식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당시 누출량을 1.93t으로 가스안전공사는 1.37t으로 판단했다. 최초 누출 추정량과 적게는 137배, 많게는 200배 가까운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 2014년 4월 오창·청주지역 유해화학물질 문제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제정에 관한 토론회.

사상자없는 환경범죄 미온적 수사

소방서와 화학물질안전원 등의 자료는 초동 단계에서 회사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체상태의 화학물질이 날아가 버린 상황에서 현장 증언에 의존해 누출량을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측에서 축소,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초동조사에서 업체가 누출량 등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 <충북일보>와 인터뷰한 안전원 관계자는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절한 방재작업 등 대응을 할 수 있다. 확산영향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축소·허위 신고 문제의 위험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법적 장치 마련 등은 환경부 등 상위 기관에서 논의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사고가 난 ‘원익머트리얼즈’는 발생 1주일 주민감시단의 모니터링 요구를 거절한 사실도 드러났다. 작년들어 오창지역에 유해물질 배출사고가 잇따라 발생, 주민들이 감시단을 구성하고 업체 순찰에 나섰던 것. ‘원익머트리얼즈’도 주민감시단 순찰중 회사앞에서 냄새가 많이 나 모니터링을 위해 공장출입을 요청했다는 것.

하지만 회사측은 “당신들이 뭔데 들어오려고 하느냐” 거부해 승강이를 하다 포기했다는 것. 결국 ‘원익머트리얼즈’는 ▲주민 모니터링 거부 ▲사고 늑장 신고 ▲직원 치료조치 미흡 ▲누출량축소 의혹에도 불구하고 책임자 3명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수사가 종결됐다. 환경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사법기관의 처리는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사례다. 사상자가 발생해 민원의 대상이 될 경우가 아니면 사법의 칼이 무뎌진다는 지적이다.

충북도 ‘유해화학물질’ 관련 조례 만들어야
청주·오창산단 유해물질 배출업체 가동 주민 불안감 높아져

2012년 9월 27일 3시 23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 건너편에 있는 공장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 올랐다. 마을의 소들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소들의 입에선 침이 흐르고 눈은 초점을 잃었다. 봉산리 이장 박명석씨는 직감으로 느꼈다.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무엇인가 불길한 사고임을 느낀 박씨는 곧장 마을 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4시 20분 봉산리 이장 박씨는 마을 주민 대피방송을 시작했다. 박씨는 트럭에 주민들을 태운뒤 영화속 장면처럼 몰려오는 연기를 피하기 위해 지그 재그로 운전했다. 이 사고로시 5명이 사망하고 마을주민 1만2000명이 검진을 받고 3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구미시는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화학사고 매뉴얼은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정부의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본보 2014년 4월 보도기사 중>

불산 누출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던 구미시 상황을 설명한 내용이다. 오창 암모니아 누출사고는 불산처럼 맹독성을 아니지만 오창산단에는 유해화학물질 배출업체가 상당수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오염 사건이 잇따르자 오창유해화학물질감시단을 구성하고 조례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4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창·청주지역 유해화학물질 문제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제정에 관한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알권리 조례 초안을 공개한 감시단 이재영씨는 “조례의 주요 내용은 우리 주변 공장에서 지역사회에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주민들이 인지할수 있도록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화학물질 관리 비상 대응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역별 화학물질 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7월 ‘유해화학물질’ 관련 조례를 공표했다. 유해화학물질 관련 법규는 있었지만 이와 관련된 세부지침을 명문화한 조례는 경기도가 처음이다.

이 조례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도지사 및 취급자의 책무 규정 ▲경기도 유해화학물질 관리계획을 수립ㆍ시행 ▲주요정책과 시행계획에 대해 자문을 위한 ‘경기도 유해화학물질 관리위원회’설치 ▲ 유해화학물질 사고예방 및 대응을 위한 교육과 종합모의훈련을 매년 실시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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