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규명법 개정안, 한나라당 퇴장 속 표결 통해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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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규명법 개정안, 한나라당 퇴장 속 표결 통해 상정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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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용희, 열린우리당)는 8일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이하 친일규명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의안 상정했다.
< BR> <오마이뉴스> 보도에 의하면 상정 여부를 놓고 표결에 들어가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실시된 표결 결과는 찬성 13, 기권 1. 열린우리당 12명, 민주노동당 1명이 찬성했고, 이 위원장은 기권했다.

 한나라당 행자위 간사를 맡고있는 이인기 의원은 표결이 끝난 후 "행자위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깬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간사간 협의를 거친다는 절차를 어기고 상정한 것에 대해서는 섭섭하다"면서도 "한나라당 차원의 개정안을 조속히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면 여야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었는데, 시행도 안해보고 태아를 죽이느니 하는 얘기만 했다"며 "오늘(8일)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개정안이 상정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약 2시간 대치... 표결은 약 1분

 표결 시간은 1분이 채 안 됐지만, 표결에 이르기까지 여야 의원들은 약 2시간동안 격론을 벌였다.

 여야간 공방이 한치 양보도 없이 계속되자 입장이 가장 난처해진 사람은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권 의원은 지난 7월 친일진상규명법 발의에 참가한 한나라당 의원 6명 중 한 명으로, 행자위 소속의 유일한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171명이 서명한 법안이 지금은 정쟁의 대상이 돼버렸다"며 "개인적으로는 법안 상정은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한나라당도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지금 상정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발언 내내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권 의원은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일찌감치 회의장을 떠났다.

 법안 상정에 앞서 이뤄진 토론에는 거의 모든 의원들이 참가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지만, 그간 나온 얘기들의 반복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안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일단 법안을 상정한 후 토론을 하자는 논리를 내세웠다.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이 "16대 국회에서 적법하게 제정된 법을 누더기 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달라, 자꾸 여론을 얘기하는데 지역구 여론은 과거사보다 경제였다"고 말하자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하루아침에 나온 개정안이 아니다, 171명이라는 다수의 권위를 소수가 존중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여야간에 감정 섞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태아에게 성형수술하자고 칼을 들고 달려드는 격"(김기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틀을 깨는 법"(이인기)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격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아예 깨놓고(솔직하게) 상정도 원하지 않는다고 해라"(강창일), "발의자를 모욕하는 발언은 삼가라"(홍미영)고 맞받아쳤다.

난처해진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여야간 공방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이용희 행자위원장은 "위원장이 무능해서 이렇게 됐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법안 상정의 키를 쥔 이 위원장을 계속 압박했다.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이 "13일에도 행자위가 잡혀있으니 교섭단체가 좀더 협의해보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박기춘 열린우리당 의원은 "13일로 연기해도 특별한 결과가 없을 것으로 보니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 치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데, 회의를 주재하는 위원장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 (안건상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내 생각에는 굳이 13일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라고 운을 뗐다.

 김기춘 의원이 "간사간 협의없이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하면 위원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지 않는다, 현명하게 결단하라"고 주문했지만,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몇 번을 만났고 시간을 얼마나 드렸나? 최선의 원칙은 만장일치이지만 그게 안되면 차선책이라도 해야된다"며 안건 상정 표결을 선언했다. 각종 개혁법안 처리를 놓고 대치국면에 들어간 여야 정치권의 전초전이 약 2시간만에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을 저지하는 대신 독자적인 법안 제출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에 여야 대결은 13일 행자위의 법안 심의과정에서 재연될 공산이 크다.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법의 행자위 상정을 통해 '작은 승리'를 거뒀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간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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