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후원회, 탈출구역할은 옛말
상태바
유명무실 후원회, 탈출구역할은 옛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9.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미군단 출현 여부가성패의 관
정치권의 침소봉대가더 문제

 17대 국회의원들에게 돈가뭄을 안긴 결정적 단초는 올 4월 통과된 개정 정치자금법이다. 오세훈 전 한나라당의원이 주도해 오세훈법안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치권에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변호사가 17대 국회의원들에게 ‘쥐약’을 안겼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만큼 17대 의원들을 옥죄고 있다.

 국회의원 후원에 있어 법인기탁을 아예 금지시켰고, 개인도 1인 연간 500만원 이내로 한정하며 10만원 이상은 익명으로 기부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의원 1인당 연간 후원금 한도도 1억5000만원(단 선거있는 해 3억원)으로 묶었다. 결국 우편이나 온라인 ARS 등을 통한 소액 다수의 기부금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하라는 것인데, 기부문화가 취약한 현실에선 어려움이 많다. 후원금 모집을 위한 공개행사를 금지시킴으로써 과거 목돈을 가능케 했던 ‘눈도장 찍기’도 사라지게 됐다.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각자 후원회를 운영하면서도 별 도움을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중진의원들의 경우도 17대 국회 출범 후 정식 후원회를 통한 기금액은 고작 몇백, 몇천만원 수준이어서 후원회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초선 의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17대 국회의 내핍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당 대표나 중진의원들이 초선과 소장의원들에게 이른바 ‘용돈’을 주는게 관례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뜯어 먹으려고 한다”는 한 초선 의원의 푸념이 현실을 잘 말해준다. 이들 초선과 소장파들은 이권과 청탁 등을 우려, 당초 개인 1인당 연간 후원금을 100만원 이내로 하자고 의기투합까지 한 상황이라 쉽게 고민을 드러낼 수도 없는 처지이다.

 충청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도내 국회의원들도 각자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신고된 기부금은 하나도 없다. 이에 대해 선관위측은 “후원회가 공식적으로 모금한 돈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면 이를 해당 선관위에 신고하게 되고 다시 도선관위에 올려 집계가 될테지만 아직 임기 초기라서 신고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소신의원에 대한 정책적 배려 절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현황에 따르면 여야 중진급은 대개 4~5억원을 거둬들였고, 3억원을 넘는 의원도 40여명에 달했는데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정치전문가는 비판적 의견을 비쳤다. “물론 노련한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을 아주 요령(?)있게 확보하겠지만 이런 능력이 취약한 의원은 고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이 마당에 다시 돈에 대한 규제와 족쇄를 푼다면 정치는 또 후퇴할게 뻔하다.

 현재 나타나는 역기능을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있고 이를 그대로 받아 쓰는 언론도 문제다.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돈에 쪼들린다고 하는데 현 제도로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의정은 얼마든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단지 밥먹고 술먹고 골프치는 비용이 없는게 아닌지 묻고 싶다. 유권자들도 이젠 더 이상 국회의원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 국회의원을 만나도 으레 식사비를 내려는 풍조가 이미 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의 돈타령은 이런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유권자는 변했는데 오히려 국회의원이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는게 아닌지 묻고 싶다. 세비 오, 육백만원이 왜 적은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개정 정치자금법이 제대로 효과를 얻기 위해선 사심없이 일하는 의원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필요할 것이다. 당장의 불편 때문에 법을 또 손질한다면 아마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