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계 이사 참여’ 자작극인가 사기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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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계 이사 참여’ 자작극인가 사기극인가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3.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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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사태 ‘물밑접촉’ 임부회장-민모씨 상반된 주장, 법적공방 예상
 

청석학원과 청주대총동문회간에 석정계 이사선임 건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총동문회측은 “김윤배 전 총장측이 석정계 이사 선임을 약속했었다”고 주장한 반면 재단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최근 직원노조의 임단협 합의에 이어 석정계 이사 선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기분규의 극적 타협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 현안 사안을 놓고 이견이 재확인되면서 청주대 사태 해결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석정계 이사 선임 약속’ 발언은 지난 22일 청주대학교 총동문회 상임이사회에서 공개됐다. 당시 차기 총동문회장 후보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를 추천하면서 경청호 전 총동문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당시 경 전 회장은 학내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연임이 유력시 됐었다.

따라서 막판 불출마 배경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를 의식한 경 전 회장은 “올초 김윤배 전 총장측에서 ‘경 회장이 연임하지 않으면 재단 이사회에 석정계 1명을 참여시켜 민주적인 재단을 운용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내게)불출마할 것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 정상화, 학교 정상화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불출마를 결심한 것”이라며 “김 전 총장은 약속한대로 빠른 시일 안에 석정계가 참여한 민주적 재단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총동문회 “연임 포기시키려는 본색”

석정계의 이사 참여건은 청주대비대위가 지난해 10월 재단측에 요구한 마지막 제안에 포함된 사안이다. 당시 비대위 해체조건으로 대학측 4명과 범비대위 4명으로 가칭 ‘대학발전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석정계(석정 김영근 선생의 후손)가 추천하는 인사 1명을 재단이사회에 참여토록 해달라는 2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대학발전혁신위는 대학측도 제시했던 방안이기 때문에 부담스런 요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재단과 대학은 묵묵부답으로 비대위의 최종안을 거부했다. 결국 석정계의 이사참여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얘기였다.

이같은 배경을 감안하면 경 전 회장의 ‘석정계 이사 참여’ 발언은 획기적인(?) 상황변화였다. 500일 이상 끌어온 갈등과 대립을 종식시킬 대전환점이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은 즉각 재단과 대학측에 사실관계를 문의했지만 대답은 불분명했다.

하지만 이튿날 청석학원 이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경청호 전 회장이 차기 회장에 불출마한 이유가 김윤배 이사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또한 “이사진 구성은 현재 김윤배 이사 1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누구에게서 ‘석정계 참여 제안 운운’이라는 말을 들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재단이사회의 반박 성명이 나오자 총동문회도 즉각 재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김 이사측 누구에게 들었는지’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내용이었다. 총동문회는 “올해 초 임정빈 동문회 부회장과 김 전 총장 측근인 민모 씨가 3차례 만나 대화했고 그 중 1차례 회동에는 김모 전 총동문회장도 배석했다”며 “이 자리에서 민씨는 ‘경청호 총동문회장이 연임하지 않고, 학교가 안정되면 학교법인 청석학원 재단 이사회에 석정계 1명을 참여시키겠다’는 김 전 총장의 뜻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문회는 “김 전 총장 제안에 경 회장은 동문회 임원과 고민했고, 일부 만류도 있었지만 민주재단을 운영하겠다는 진정성을 믿고 본인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회장 연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는 김 전 총장이 민주재단 구성을 내세워 경 회장의 연임을 포기시킨 뒤 또다시 재단과 학교를 장악하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비공개 접촉을 통해 경 회장의 재선출마를 가로막고 새 회장이 선임되자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민모씨 “동상철거 민사소송 취하 조건”

경 전 회장은 “한번도 아니고 세번씩 만나 한 얘기인데 이제와서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임 부회장이 민모씨를 만난 직후 자신의 차로 김 전 총장 집까지 데려다 줬다고 하는데 이게 뭘 말하는 건가? 사학의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신의와 양심도 포기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실의 열쇠는 양자대면했던 총동문회 임정빈 부회장과 김 이사측 민모씨가 갖고 있는 셈이었다.

확인취재 과정에서 임 부회장도 경 전 회장의 발언내용을 그대로 인정했다. 민모씨와 만남은 총 4차례였고 자신의 수첩에 대화내용을 메모해 두었다는 것. 또한 대화가 끝난뒤 자신의 차에 민모씨를 태워 김윤배 이사 집 앞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민모씨는 “임부회장과 몇차례 만났지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경 회장이 사퇴하고 비대위를 해체하면 동상철거에 따른 민사소송을 취하하도록 얘기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있다"고 부인했다. 이어 ”석정계 이사 참여를 얘기하길래 ‘그건 집안문제인데 밖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 부회장과 만남 직후 김윤배 전 총장 집으로 향한 이유에 대해 “언젠가 임 부회장이 ‘경 회장이 김윤배 총장 멱살잡았던 걸 사과하고 싶다고 한다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하기에 그날 김 이사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아버지 동상을 원상복구하기 전에는 만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 부회장이 확인한 내용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발언이었다. 재단 이사회의 부인성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나타났다. 취재기자는 최종 확인을 위해 민씨에게 취재진과 함께 임 부회장과 3자 대면을 제안했으나 “서울병원에 정기진찰을 받고 와야 한다. 몇일 요양이 필요해 나중에 시간이 가능하다”며 즉각적인 만남을 피했다.

임 부회장 “4번 만날때마다 대화내용 기록해뒀다”
재단측 법적대응 표명에 경 전 회장 “사법기관서 진실가리자”

총동문회 임 부회장은 “민모씨는 개인적으로 오랜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내가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곤란하다. 그 분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으니 만남의 당사자인 나도 당혹스럽다. 상식적으로, 동상철거 민사소송 취하 문제 때문에 4번에 걸쳐 서로 만났겠는가? 저쪽에선 어떻게든 경 회장 연임을 포기시키려 했고, 그런 제안도 나온 거라고 본다. 그래서, 석정계 이사 참여를 약속한다니 ‘그만 받아들이자’고 내가 경 회장을 설득하기도 했다. 나름 어려운 입장에서 중재를 진행시킨 것인데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을 감안하면 총동문회 회장단의 ‘자작극’이거나 김 전 총장측 중재인 민모씨의 ‘사기극’이 될 수 있다. 한수이남 최고(最古) 사학 청주대의 위기상황을 감안하면 양측의 대화 당사자가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진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재단 이사회는 ‘석정계 이사 선임 약속’을 부인하는 성명 내용중에 “경 회장의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경 전 회장은 “차라리 법적 조치를 진행하기 바란다. 언론에 진실공방전으로 보도되는 것도 문제고 차라리 사법기관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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