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좋다. 그러나 바르게 살겠다’ 결의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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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도 좋다. 그러나 바르게 살겠다’ 결의 다져야
  • 김영회 고문
  • 승인 2002.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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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리사회의 부패에 관한 글이 나간 뒤 독자 몇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각종 게이트에 힘깨나 가졌다는 자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는데 대한 한탄과 분노의 말씀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해법으로 권력층의 부정부패에는 ‘가차없는 처단’만이 특효약이라는 극약처방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극약처방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부패척결에 자신을 담보로 배수진을 친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98년 취임한 주 총리는 관리들의 부패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 “롄정(廉政·청렴한 정치)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강국의 꿈은 물론 국가가 바로 서기 어렵다”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내 것을 비롯해 100개의 관(棺)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중국전역에서는 그야말로 성역 없는 부패척결운동이 일어나 일대 ‘대청소‘가 아직껏 진행 중인데 그 과정에서 부총리 급인 전인대부위원장을 비롯해 성장(省長)등 고위층들이 예외 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수많은 부패관리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갔다고 합니다.
지난 한해동안 중국에서 사형에 처한 숫자가 1000명 이상이라고 하고 그 대부분이 부패관리와 마약범죄자였다고 하니 중국정부의 부패척결의지가 어떠한가를 엿볼 수 있다 하겠습니다. 나라마다 부패 없는 곳이 있을까만 자본주의 에 물들어 가는 중국에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꽤나 극심한 모양입니다.
얼마 전 한 국제기구가 밝힌 2001년 국가별부패투명성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91개국 중 42위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 는 국제사회에서도 ‘부패한 나라’로 낙인이 찍힌 듯 싶습니다.
바깥 이야기를 할 것도 없습니다. 중고교생 10명중 9명이 ‘한국사회는 부패사회’라는 인식을 갖고있다는 조사결과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어른들의 썩은 모습을 청소년들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상황이니 우리사회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가슴이 답답해옴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국민적 의식혁명이 있어야하겠습니다. ‘가난해도 좋다. 그러나 바르게 살겠다’라는 각오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부패추방은 불가능합니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말단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새로운 결의를 다질 때 우리사회는 깨끗해집니다.
그러자면 사회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국가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 앞서야 된다고 봅니다. 이 세상에는 돈 보다 더 소중한 가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믿게끔 사회를 바로 잡아야합니다. 그러지 않고 교도소나 늘리고 극형이나 처한다고 부패가 사라질 리는 만무합니다. 도덕재무장운동이 필요한 까닭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지난주 서울에서는 산고(産苦)끝에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취지대로 이 위윈회가 역할만 제대로 해준다면 우리사회는 조금은 깨끗해 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국민적 자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입춘이 내일 모레입니다. 봄은 이미 저 아랫녘 남쪽에서 북상(北上)을 준비중일 터입니다. 모두 다 밝고 깨끗한 마음으로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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