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의사 단체, 국민 배신감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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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의사 단체, 국민 배신감만 키워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4.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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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의사 단체가 불참한 가운데 25일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료개혁특위)가 서울 정부청사에서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의료개혁특위는 정부위원 6명과 민간위원 등 27명으로 구성됐다.

공급자 단체 몫으로 병원협회, 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각각의 위원을 추천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는 각각 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3명이 불참한 꼴이 됐다.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안타깝다.

수요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추천했다. 전문가로는 보건의료전문가 3명과 경제.재정 및 법률 전문가가 각각 추천됐다. 정부위원은 기재부, 교육부, 법무부, 행안부, 복지부, 금융위에서 각각 장관 및 위원장이 참여했다.

위원장은 노연홍 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맡았다. 특위는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하지 않되 의사 수급 및 조정 기준 등에 대해서는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4개의 과제를 집중 논의해 상반기 내에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에 의·정간 대화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담화라는 형식이 아쉬웠지만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반대하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이 의료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최소 조건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지난 19일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 의대 증원 2000명 고수 방침을 거뒀다. 50~100% 선에서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현재의 고등학교 3학년생이 치를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을 자율 모집하게 해달라는 일부 국립대 총장들 건의를 정부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의사단체들은 ‘증원 불가’만 외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등은 정부 발표 후 일제히 “의대 증원 방침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압박했다. 그런데다 전국 40개 의대교수 단체와 의대 학장들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라”고 같은 소릴 냈다.

지난 22일 암환자 등 중증환자 단체 모임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기자회견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후 병원이 말기 암환자들에게 곧바로 호스피스를 제안하거나 치료 방법이 더 이상 없으니 내원하지 말라는 통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냥 죽음을 맞이하라는 말과 같은 내용이 아닌가.

연합회에 따르면 말기 암환자의 경우 마지막까지 치료할 경우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대 5년까지 생명이 연장됐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는 호소도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의사단체는 대화는커녕 더욱 강경해진 모습이다. 앞서 3세 유아가 웅덩이에 빠졌다가 구조된 뒤 사실상 대형병원의 잇따른 전원 거부로 사망하기도 했다. 응급 환자가 응급실을 못 구해 사망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의료 공백 사태가 빚어지고 있지만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자는 한술 더 떠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파면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임 당선자는 SNS에서 23일 박 차관가 조규홍 장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에 댛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주었다.

전날에는 “김윤이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정부와의 대화도 생각해 보겠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취한 인물이다. 의협 회장 선거 기간에도 강경 발언을 이어간 임 당선자는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이 안중에도 없는 태세다.

의사들이 배금(拜金)주의에 빠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 집단적인 의사들의 두꺼운 얼굴과 불양심에 인간사회에 대한 일말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물론 모든 의사는 아니다. 복귀하는 이들도 있고 보이지 않게 인술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또는 제네바 선언을 끝까지 실천하는 의사가 소수로 전락한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주소는 분명해 보인다. ‘대다수’가 이런 작태를 보이고 있즌 게 현실 아닌가. 정부는 꺾이지 말고 국민을 믿고 혜안을 찾아내 이겨내야 한다.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희망감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 의료개혁특위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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