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100일혼돈이냐 변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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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희 100일혼돈이냐 변혁이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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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평가속 변화는 가시권
자기 정체성 확보 및 조직 장악 관건

한창희 충주시장의 100일,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온다. 지난 17대 총선 실패 후 한달여만에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한시장은 원초적으로 여론의 시험대상에 항상 오를 수 밖에 없다.

 골수 정당인으로 두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에 승부를 걸다가 시운(時運)의 도움으로 졸지에 민선시장에 등극함으로써 여론의 추이 자체가 버거운데다, 이시종 전 시장(열린우리당 의원)의 아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이라 한시장의 운신은 어쩔 수 없이 줄곧 비교평가의 대상이 됐다.


취임 100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어느 특정인 내지 특정 집단 내의 양시·양비론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평가의 큰 줄기는 한시장이 시민참여 및 자율행정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의 결정적 계기가 지난달 구성을 마친 행정정책자문위원회다. 28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엔 지역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골고루 포진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소수 목소리를 대변했던 시민운동가다. 환경운동을 주도하는 박일선씨(충주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와 조영하 정재현씨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정당생활을 같이 한 한시장 측근과 되레 불편한 관계의 인물들도 위원에 포함됐다.


이 자문위원회에 대해 한시장이 주변에 던진 명분은 각계의 대표성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 중엔 냉소적인 시각도 많다. 일부 인사의 경우 정제된 사유의 소유자가 아닌 단순히 돌출적 행동의 이단아였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자문위원회를 향한 한시장의 공들임은 두드러진다. 시립도서관 문제에서 드러났듯 자문위원회가 형식이 아닌 정책결정의 핵심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장 공무원의 창의성 발굴이 목표인 정책 공모제 도입과, 쟁점 사안에 대해선 일단 공론화를 시도하려는 자세는 과거 이시종 전시장의 ‘날 따르라’ 행정에 길들여진 공무원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는 지적이다.

조직장악은 당장의 과제
그러나 한시장의 100일 시정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냉정할 정도로 그간의 변화를 깎아 내린다. 이에 원용되는 것은 역시 출신성분이다. 다시 말해 단시간 내에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것이 항상 비판의 좋은 빌미가 된다.

 아직 정치인의 틀을 벗지 못했다는 진단은 반대여론을 주도하는 측에서 아주 광범위하다. 이 중엔 한시장이 정당생활을 같이한 측근과 선거 참모들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볼멘 소리도 있다. 특히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서울시 하계휴양소 유치와 수안보 와이키키 활성화 방안 등은 반대파들에게 한시장을 ‘여전한’ 정치인으로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 보자. “어떤 사업이 가시권으로 들어 와도 이를 밖으로 공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실행 가능성은 물론 그 타당성 검토가 전제된 후에 보도자료에 올려져야 정상이다. 구체적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덜컥 발표부터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나 하는 행위다. 쿡 쑤셨다가 아니면 말고에 익숙한지는 모르지만 행정은 다르다.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충주시청 내에선 괴담(?)마저 나돈다. 아이큐(IQ) 두자리만 설치지 세자리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한시장의 행정행위가 현실과 괴리되었음을 반증한다. 물론 임기 초반인 만큼 과도기적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겠지만 정치적 순발력에 앞서 예측가능한 상심(常心)의 행정을 펴줬으면 한다.”


한창희시정에 대한 식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조직 및 업무장악의 미흡이다. 이를 좋게 말하면 시정의 자율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한시장과 공무원이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의 한 인사는 “본인의 색깔을 내기 위해선 차라리 몇 명쯤은 시범적으로 내쳤어야 했고, 개혁을 원한다면 개혁코드의 인사를 전진배치시켰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적보다는 이미지로 평가받아


그럼에도 한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행정과 무관하던 인사라는 핸디캡이 오히려 과거의 틀에 젖지않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다.

충주시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의 지적은 한시장의 향후 입지를 실감나게 예측했다. “공무원들의 속성은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항상 이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한창희시장은 지금 분명히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또 이를 실행하려 한다. 그렇지만 거의 10년에 가깝게 이시종식 행정이 고착화된 현실에서 그 벽을 깨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자칫 적당한 타협으로 흐를 수도 있고, 그럴 경우 한시장의 생명력은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변화를 경계하는 공직의 속성상 어느 한 순간 급격한 반대기류에 휘말리지도 모른다. 반쪽짜리 임기의 불안한 입지에선 오히려 분명한 자기정체성이 더 요구된다. 조직을 시끄럽게 끌고 가기 보다는 일관된 방향과 시각을 견지하는게 좋다. 어차피 한시장은 다음 선거까지 실적보다는 이미지로 평가될 것이다. 공무원과 일반 시민들의 기대치를 얼마나 높이고 또 이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느냐가 한창희시정의 성공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이미 시작한 변화에 대해 정확한 방향을 설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소리만 요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내가 보기엔 한시장의 각종 정책 시도에 환호하는 지지층들이 많다. 그만큼 시민 다수가 변화에 목말라하고 있다.”


한시장이 과연 정적 이시종의 그늘을 벗겨내고 자신의 깃발을 곧추세울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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