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형제, 고향에 대규모 공원부지 땅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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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의 형제, 고향에 대규모 공원부지 땅 기부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6.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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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박맹호 회장·박상호 전 도의원 형제, 보은 장신리 땅 2만2천㎡ 기부
▲ 정상혁 군수에게 기증서를 전달하는 박상호 전 도의원(오른쪽).

출판사 ‘민음사(民音社)' 창립자인 박맹호(82) 회장과 박상호 전 도의원 형제가 고향인 보은군에 공원 부지를 기증했다. 보은군은 지난 22일 박 회장이 보은읍 장신리의 임야 2만2천409㎡(6778평)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 땅은 보은읍 시가지에 자리 잡아 1977년 도시공원으로 지정됐고 공시지가 1억2천만원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실거래가가 4억∼5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국회의원을 지낸 선친 박기종 옹(1991년 작고)으로부터 땅을 물려받은 두 형제는 최근 가족회의를 통해 기부를 결정했다는 것. 박 회장을 대신해 기부증서를 보은군에 전달한 동생 박상호 전 도의원(81)은 “형님이 고향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하기 원하셔서 가족회의를 거쳐 땅 기부를 결정했다. 이 땅을 공원으로 조성해 보은읍 주민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를 희망한다. 후손의 입장에서 선친의 호를 딴 용운공원으로 이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박맹호 회장

선친 박기종 옹은 1943년 보은농고 건립에 부지를 기부하고 학내 방송시설과 8000여평의 장학답을 기증하기도 했다. 또한 용운장학회를 설립해 해마다 학생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1934년 보은군 보은읍 장신리 비룡소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1966년 서울 청진동의 비좁은 옥탑방에 ‘민음사'를 차렸다. 서울대 불문과 재학중 문학에 심취해 「자유 풍속」이라는 소설을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자유당을 비판하는 내용 때문에 당선작에서 탈락됐다. 이후 청주 출신 문인 신동문이 편집장으로 일하던 ‘신구문화사'를 드나들며 출판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의 ‘민음사'는 창업이후 4000여종이 넘는 책을 펴내며 한국 지식사회를 이끌어왔다. 고은, 김수영, 김춘수, 이청준, 이문열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도 민음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997년 박 회장은 보은지역 학생과 주민들의 독서 활성화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아동 도서와 문학 서적 등 모두 2만9000여권의 도서(시가 5800만원)를 보은교육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현재 건강이 악화돼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은 박 회장의 기부로 이 일대 전체 공원 터(6만1천170㎡)의 90%를 확보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소중하고 값진 재산을 군에 희사한 박 회장에게 감사드린다. 2018년까지 이 일대를 쾌적한 도시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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