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가장한 펜션’ 법원이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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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가장한 펜션’ 법원이 제동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8.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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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청주시 보존녹지내 영리건물 건축허가 취소 판결
사업자 A씨, 옛 청원군유지 4필지 매입 전원주택 사업 벌여
▲ 건축허가 취소 판결이 난 한계리 펜션 건축 현장. 건너편 전원주택 사업도 현지 농민 A씨가 군유지를 매입하면서 추진됐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청주시 근교 임야의 무분별한 전원주택·펜션 건축허가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사례가 발생했다. 대전고법 청주 제1행정부(재판장 신귀섭 청주지법원장)는 지난 7월말 순흥안씨 종중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 취소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측 주장대로 단독주택 허가로 판단했으나 2심 재판부는 보존녹지에 들어설 수 없는 숙박시설인 펜션 건축허가로 판단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인허가 공무원의 부당한 행정행위가 2년간의 지리한 법정다툼을 야기시켰고 결국 옛 청원군의 난개발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옛 청원군은 지난 2013년말 A씨가 가덕면 한계리 산57번지 4083㎡ 임야에 신청한 단독주택 10개동 건립에 따른 산지전용 개발행위와 건축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순흥 안씨 필창공파 종중 묘역과 직선거리로 불과 30m이내 위치했다. 묘역 진입로로 썼던 땅이 개발허가 지역에 포함돼 분쟁의 여지가 생겼다. 또한 사면을 깎아 건물을 짓다보니 폭우시 토사 붕괴에 따른 봉분 유실 위험성도 있다. 더구나 건축허가 도면상 단독주택이 아닌 펜션으로 판단돼 외지인의 잦은 출입으로 묘역 훼손도 우려됐다.

특히 해당 임야는 건축허가를 받기 1년 전인 2012년 사업주 A씨가 청원군으로부터 군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중측은 군유지 공매 당시 사실상 이해당사자인 자신들에게 아무런 사전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부터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종중원들은 청원군청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편법과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청원군은 인허가상 문제가 없다고 외면했고 종중측은 건축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

1심 판단 뒤집은 2심 재판부

▲ 건축주 A씨가 옛 청원군유지로 매입한 한계저수지 최상류쪽 4개 필지

종중측은 “A씨가 허가받은 단독주택은 사실상 숙박시설인 ‘펜션’이나 ‘다가구주택’ 용도에 해당돼 국토계획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토계획법 76조에는 보전녹지지역에 ‘숙박시설’과 ‘다가구주택’은 건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단독주택을 건축하는 내용으로 청원군의 허가를 받았고, 거주목적이 아닌 숙박시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 A씨와 청주시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달랐다. 판결문에 따르면 “건축허가신청서상의 용도가 단독주택으로 돼 있더라도 건축물의 구조와 이용, 형태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다면 보전녹지지역에 건축할 수 없는 숙박시설에 해당한다”며 “국토계획법상 용도 제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10개 동으로 구성된 이 건축물은 일시 숙박을 원하는 손님에게 영업용으로 제공하기 쉽고, 동 간 거리가 짧아 사생활도 보호되지 않는 등 주거용 분양 목적이 아닌 단기간 숙박시설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건물 10개동이 모두 단일 필지라는 점, 경사가 있는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는 점, 인접한 곳에 종중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 점 등이 ‘단독주택’ 부적합 조건으로 제시됐다. 특히 재판부는 “10가구가 입주하여 장기간 거주하는 데 필요한 영업시설, 교육시설 등이 인근에 설치되어 있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 또한 불편하다”며 주변 환경까지 지목했다. 마지막으로 “국토계획법령의 규정을 잠탈하려는 한 피고의 탈법행위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잠탈’이란 용어의 뜻은 거짓으로 기재해서 어떤 규제를 탈법적인 방법으로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무원이 ‘탈법적인 방법의 회피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옛 청원군 공무원들의 불편부당한 행정은 건축허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A씨는 해당 사업토지와 인접한 3개 필지(합 3만5282㎡)를 4억9946만원에 매입했다. 농로가 끝나는 산자락 땅을 3.3㎡ 당 4만6717원에 사들인 셈이다. 보존녹지 임야를 이 가격에 매임했다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당 부지에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실제로 A씨는 산57 번지를 제외한 3필지 등에 10여채의 전원주택 용지를 조성했다. 현재 9채가 건축중이거나 완공됐는데 3.3㎡당 60~70만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조성비와 개발비용을 감안하더라도 4만원대 땅이 60~70만원대로 변신했다면 ‘대박사업’인 셈이다.

산양삼 농민의 부동산 겸업

이에 대해 사업자 A씨는 “복합민원으로 군에서 6개월간 검토해서 합법적이니까 내 준 허가다. 이미 해당 부지 뒷산을 사들여 산양삼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진입도로 문제 등으로 매입하게 된 것이다. 수개월간 인터넷에 공매 공고가 났고 수십명이 응찰해 낙찰받은 것인데 무엇이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완성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주택이 아닌 펜션으로 판단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1심과 같은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업자 K씨는 2000년대말부터 국가보조금을 받아 산양산삼을 재배해온 농민이다. 따라서 순흥안씨 종중측은 “농민이 군유지를 매입해 부동산 사업을 벌이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K씨는 한계리에 산삼농원을 조성한뒤 2009년부터 4차례에 걸쳐 총 8800만원의 영농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씨는 보호울타리, 관정관수시설, 감시카메라, 포장재 등 산양삼 농가 지원대상 4개 전 분야에 걸쳐 모두 보조금을 받았다. 청원군 산양삼 농가 가운데 유일한 경우이고 3개 분야를 받은 농민도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 K씨는 “정부의 특용작물 육성책에 따라 산양삼 재배농가로서 정식 신청해 적법하게 보조금을 받은 것이다. 산양삼 재배전에 선대에 이어 종합건설회사를 운영해왔다. 우리 농원 간판에도 건설업을 표시했고 부동산매매업도 하고 있다. 전원주택 사업은 땅만 팔고 개발은 다른 사람이 했다. 산57 번지도 설계변경 신청했는데 청주시가 소송중이라며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씨는 산양삼 재배농가 가운데 청원군 영농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농민이자 한번에 가장 많은 필지(4필지)의 군유지를 매입한 장본인이 됐다. 또한 해당 군유지에 전원주택 사업과 펜션 건축허가를 받아내 부동산 개발의 ‘마이더스 손’으로 변신했다.

반면 종중측의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이어지자 청원군과 청주시(통합 후)가 보복성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중 관계자는 “한 종원이 매장을 하려는데 공무원이 찾아와 높이를 재면서 불법 여부를 따지겠노라고 엄포를 놓고 갔다. 결국 가덕면 공원묘지로 이장했다. 묘역 입구의 관습도로를 콘크리트 포장한 것을 놓고 불법훼손했다며 고발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제기한 현장의 불법 성토 시정과 경사도 재측정 요구는 모두 무시했다”고 말했다.

남일면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모씨는 “통합이후에도 옛 청원군 지역은 보존녹지에 단독주택 건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펜션허가는 아예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들이 도면과 현장을 확인하고도 단독주택으로 인정했다면 감사받을 일이라고 본다. 통합 직전에 전원주택 건축허가가 무더기로 나갔고 고은 4거리 주변에는 3.3㎡당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지금은 더이상 개발할 곳이 없고 미분양 택지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청주시 상당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우리 주택으로 사용하겠다며 제출한 도면을 보고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 추후 사용에 대한 문제를 예측해서 불허할 근거가 없다. 나중에 주거목적과 달리 펜션으로 사용한다면 해당 부서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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