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검은바위성(黑城)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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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검은바위성(黑城)비밀
  • 이상훈
  • 승인 2004.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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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구신화열다섯번째이야기
"어허! 이걸로 국을 팍팍 끓여서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는데요?"

"아이, 싫어요. 아무리 산돼지 수놈꺼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처녀가 그런 걸 손으로 주물럭거려가지고 국을 끓여요?"

처녀 여우리가 몹시 짜증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살짝 돌려 외면해버렸다.

"어허!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나같은 총각들은 암퇘지 젖살 고기는 남사스러워서 아예 쳐다보지도 못한다는 얘기 아니오? 자, 어서 받아요. 아니, 그렇게 쑥스러우시다면 여기 살짝 놔둘터이니 잊지말고 이따가 돌아갈 때 도토리 잎으로 살짝 싸가지고 가시던가...."

벌구는 이렇게 말하고는, 아까부터 오른 손에 꼭 쥐고있던 산돼지X을 바닥에다 털썩 던져놓았다.

"저어, 그런데... 벌구님께서 조금 전에 다치신 왼쪽 손을 어떻게 좀 해봐야지요?"

여우리가 천천히 고개를 다시 돌리며 벌구에게 물었다.

"아, 참! 그렇지! 글쎄... 그 그게 그런데...."

벌구는 갑자기 다시 생각이 난 듯 자기 왼쪽 손을 입으로 후후 불어대며 무척 고통스러운 척 엄살을 부렸다.

"저어, 북쪽에 있는 고향에서는 지금 이럴 때 어떤 식으로 치료를 하곤했어요? 조금 전에 제가 대강 듣긴했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여우리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벌구에게 물었다.

"아, 네... 이게 말이지요. 에, 에... 뭐랄까... 북쪽에서는 이런 걸 치료할 때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요. 이를테면 유부남 다르고 총각 다르고.... 또 처녀나 어린애 때마다 각기 다르지요."

벌구가 아주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예들을 한번 들어보실래요?"

여우리가 다시 물었다.

"네. 이를테면 자기 아내를 두고있는 사람이 이렇게 손을 다쳤을 때에는 아내의 보드라운 두 허벅지 사이에다 다친 손을 끼워넣어가지고 가볍게 이리저리 맷돌처럼 돌리는 거예요. 그러면 아주 신통하게 깨끗이 낫더라구요."

"어머! 그 그건.... 자기 아내라면 모를까 세상에 어떤 여자들이 그런 험악한 짓을 허락하겠어요?“

여우리가 다시 상을 팍 찡그리며 말했다.

"아, 그야 당연하죠. 그래서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총각이나 자기 아내가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우선 아쉬운대로 가까운 곳에 있는 처녀나 유부녀를 찾아가서 이런 아쉬운 부탁을 하곤하지요."

"어, 어떻게요?"

"여자의 보드라운 두 허벅지 사이보다야 훨씬 못하지만 그래도 그 다음으로 칠 수 있는 여자의 두 젖가슴 가운데에 다친 손을 살짝 집어넣어가지고 그 부드러운 기운을 잠시 쪼여주십사하고 말이지요."

"어머머! 그, 그러면... 아픈 게 낫나요?"

"물론이죠. 대개의 경우 아픈 것이 대번에 가셔지듯이 싹 나아요. 가만뒀다가는 그대로 영원히 불구가 되어버릴 손이 그렇게 해서라도 나을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습니까? 아! 아! 그나저나 이제 난 어쩐다지요? 산돼지 한 마리 때려잡았다가 이제 영영 한쪽 손을 못 쓰게 되어버렸으니...."

벌구가 또다시 여우리의 눈치를 슬금슬금 봐가며 무척 괴로운듯이 왼손을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지금 벌구의 얼굴은 꽤나 슬퍼보이고 또 의외로 심각하게 보였다.

"벌구님! 저어... 정 그러시다면.... 제가 어떻게좀 해드리면 안될까요?"

여우리가 몹시 조심스러운 말투로 벌구에게 물었다.

"네에? 그, 그래 주실래요? 아 참 무지 고맙네요. 솔직히 제가 이런 걸 직접 부탁드리고 싶어도 워낙 미안하고 민망스러워서...."

벌구는 조그만 두 눈을 번쩍 크게 뜨며 기쁜듯이 말했다.

"아이, 뭐 그렇게 미안하실 건 없어요. 저 때문에 다쳤던 손을 제가 치료해 드리는 셈인데요. 뭐. 마침 보는 사람도 없으니 자, 자... 다친 손 어서 빨리 줘보세요. 제가 얼른 치료해 드릴께요.“

그러자 벌구는 힘없이 손을 내밀어주었고 여우리는 그 손을 덥썩 잡아서 부드럽고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자기 두 젖가슴 사이 비좁은 공간에 꼬옥 끼워 넣어주었다.

"저, 어때요?”

여우리가 예쁜 두 눈을 반짝거리며 벌구에게 다시 물었다.

"음... 으음음... 아, 아주 좋네요!"

벌구가 게슴츠레하게 살짝 감았던 두 눈을 조금 뜨며 대답했다.

"혹시 무슨 효과라도?”

"효과요? 아, 그럼요. 제 다친 손을 보들보들하고 연한 솜방망이 같은 것 사이틈에서 살살 문질러주고있으니 아무래도 피돌기가 한결 더 좋아지는 것 같고... 으음... 좋아요! 아주 좋아요! 무엇보다도 제 뼈속까지 노골노골해지는 것이 무척 맘에 듭니다!"

벌구는 마치 황홀경에 잠기는듯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아무튼 효과가 있으시다니 저도 기뻐요. 어머머! 그 그런데...“

여우리는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러댔다.

“어? 왜요?”

그녀의 뜻하지 않던 비명을 듣자 벌구는 살짝 내리감고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벌구님! 아, 아까 다치셨다는 손은 왼쪽 손이었지 지금 이런 오른쪽 손이 아니었잖아요?”

“아 참! 그 그런가?”

벌구가 즉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서 손을 빼주세요! 왜 다치지도 않은 손을 집어넣어가지고 사람을 속여요?”

여우리가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온통 새빨갛게 물들이며 골이 잔뜩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예, 예... 알 알았습니다.”

"빨리요! 어서 빼세요! 게다가 산돼지 그걸 뽑아냈던 손으로 이러시면 어떻게해요?"

"그 글쎄, 알았다니까요."

벌구는 이렇게 말하며 황급히 그녀 두 젖가슴 사이에 찔러넣었던 오른쪽 손을 도로 거둬들였다.

"어머! 징그러워! 꼭 뱀이 휘감고 지나간듯.... 뱀... 뱀....”

갑자기 여우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하던 말이 딱 멈춰졌다.


어? 왜 그래요? 뱀 얘기를 꺼내시다가...”

벌구가 퍽 이상하다는 듯이 여우리의 표정 변화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배, 뱀! 뱀...”

여우리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이 완전히 사색으로 되어진 채 벌벌 떨고만 있자 벌구는 재빨리 고개를 확 돌려보았다.
바로 그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뱀 한마리가 나무가지에서 똬리를 튼채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벌구는 재빨리 손을 휘둘러 뱀을 통채로 잡아쥐었다.

"어, 어머머! 징그러워!"

여우리는 또다시 못 볼걸 보게되었다는듯 오만상을 크게 찌푸리며 고개를 얼른 돌려 외면했다.
벌구의 손에 머리를 쥐어잡힌 뱀은 온몸을 꿈틀거리며 요동쳤다.

“허허... 거 참 신통하네요! 여우리 당신이 뱀 얘기를 입에서 꺼내자마자 뱀이 나타나네요. 이 놈은 제법 큼지막하니먹을만 하겠어요. 하하하..."

벌구는 이렇게 말하고 나더니 한손으로는 뱀의 머리를 꼭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뱀의 아가리를 크게 벌려가지고 그냥 껍질채 쭈욱 찢어 버렸다. 껍질이 홀라당 벗겨진 뱀은 아픔에 못이기겠던지 시뻘건 알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대며 심하게 요동쳤다.

"어머머머!”

여우리는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듯 두 눈을 꼬옥 감고 입술을 꼬옥 깨문채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자, 이거 잡수실래요? 바싹 구워 먹으면 산돼지 그것보다도 맛이 훨씬더 고소하고 쫄깃쫄깃할텐데...”

벌구가 껍질이 벗겨진 채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고있는 뱀을 여우리눈 앞에 바싹 들이대 보이며 말했다.

“싫, 싫어요! 처녀인 제가 그런 걸 어떻게 감히 먹어요? 그나저나 다친 손은 이제 다 나으신 것 같네요. 뱀 껍질까지 까내시는 걸 보아하니...”

“아, 그 그런가요? 하하하.. 이런... 하필 요놈의 뱀이 나타나가지고 엉뚱한 방해를 받다니....”

벌구는 유쾌한듯 잠시 껄껄 웃어대다가 껍질이 벗겨진채 계속 꿈틀거리고있는 뱀을 땅바닥에다 힘껏 내동댕이 쳐버렸다.
그리고는 분풀이하듯 땅에 떨어진 뱀을 질끈질끈 발로 밟아버렸다.
벌구가 엉뚱한 화풀이를 뱀에게 하고있는 동안 처녀 여우리는 잔뜩 골이난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하여 저만치 앞으로 먼저 걸어나갔다.

“아,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더 가야만 그 검은바위성이라는 게 나타나는 거요?”

벌구가 그녀 뒤를 얼른 따라가며 큰소리로 물었다.

"이제 다왔어요. 바로, 저거예요!”

여우리가 오른 손을 번쩍 치켜들더니 집게손가락울 똑바로 펴서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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