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애드벌룬' 없애자…충북도 대책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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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애드벌룬' 없애자…충북도 대책 고심
  • 뉴시스
  • 승인 2016.11.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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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또는 수천억원을 유치했다는 충북도의 섣부른 투자유치 실적 발표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충북의 100년 먹거리라며 성공을 호언장담하던 청주공항MRO(청주공항)단지 조성사업 좌초에 이어 이란의 2조원대 오송 투자까지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면서 실적 '뻥튀기'에 대한 도민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시종 충북지사 등도 기업과의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집행부가 관행처럼 발표해 왔던 투자 유치 예정 금액과 기대 효과 등 공표를 자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수십년 동안 이뤄질 기업의 장기 투자 계획이 마치 당장 현실화한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데다 투자 계획 이행이 제대로 안 될 경우 그 부담과 비난은 고스란히 도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 9일 민선6기 투자 유치 목표인 30조원을 초과한 31조36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셀트리온제약 등의 기업과 체결한 MOU를 근거로 한 계산이지만, 해당 기업의 투자가 현실화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도는 "투자가 지연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특히 이날 도는 도와 오송에 한국-이란 공동의학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한 이란의 투자예정 금액 2조원은 투자유치액에 산입하지 않았다. 도는 이란이 약속한 투자에 대해 '불투명해지는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도의 투자 유치가 이처럼 과열 양상을 띠는 것은 "전국 대비 4% 경제 실현"이라는 도정 방침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총생산(GNP) 대비 충북 경제(지역 내 총생산·GRDP)를 2020년까지 4%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도의 목표다. 2015년 GDP 대비 충북 GRDP는 3.43%였다.

그러나 지난 4월 충북도의회 최광옥(청주4) 의원은 도정질문을 통해 "민선 5~6기 이 지사 임기 중 548개 기업에서 총 43조315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대내외에 밝혔으나 총 투자 예정금액이 2조3861억원에 달하는 73개 기업은 도와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도의 의욕만 앞선 투자 유치 실적 발표에 관한 비난은 아시아나항공이 청주공항MRO단지 조성사업 투자 계획 철회를 선언한 지난 8월 말부터 더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 지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투자하겠다는 의사 표시에 불과한 MOU는 수천 수백건을 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성공하는 것도 있고 실패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과의 MOU 체결은 행정 행위가 아니며 법적 구속력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MOU 내용을 현실화시키지 못했다고 질책하면 투자 유치 담당 공무원들은 겁이 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도의회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공무원들이 너무 긴장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투자 예정 금액을 밝히면서 기대가 지나치게 커지고 이런저런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기업 등과의 MOU 실적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MOU 건수도 중요하겠지만, 도가 유치한 기업의 투자 예정 금액은 GRDP 산출과 관련해 의미가 크다"면서 "도의회 의견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자 유치 정책 변화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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