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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구경 만으로도 즐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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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구경 만으로도 즐거워라
  • 충청리뷰
  • 승인 2017.01.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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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스웨덴 스톡홀름시립중앙도서관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1)북유럽편

 

▲ 윤송현
청주아나바나협동조합 대표

2013년 여름 나는 동료 시의원들과 함께 스웨덴에 첫발을 디뎠다. 말 많은 지방의원의 해외연수였지만 우리는 배낭여행으로 북유럽을 둘러보는 계획을 짰고, 많은 시간을 복지국가 스웨덴의 실상을 둘러보는데 쏟았다. 그리고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나는 혼자 남아서 다시 스웨덴으로 되돌아갔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이 나라는 어떻게 복지국가가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됐고, 연수 일정을 마친 뒤에 혼자 스웨덴을 돌아볼 생각으로 돌아오는 날이 지정되지 않는 티켓을 끊어 두었던 것이다.

군나르 아스프룬트가 설계한 도서관

혼자 스톡홀름 시내를 돌아다니던중 'Bibliotek'이라는 표시판을 보게 됐다. 무슨 단어인지 몰랐지만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느낌대로 도서관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은 분명한데, 분위기가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숨도 안 쉬듯이 구석구석을 다 둘러보았다. 다른 도서관은 어떤가 하고 가는 곳마다 일부러 도서관을 찾아보았다. 모두 새로웠고, 모두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하루는 아예 계획을 바꿔 스톡홀름시립중앙도서관을 찾아가 보았다. 그리고 그 길로 북유럽의 도서관 여행이 이어졌다.
 

▲ 스웨덴 스톡홀름시립중앙도서관은 1928년 스톡홀름에서 처음 지어진 근대적인 도서관이다.

스톡홀름 중앙도서관은 시내 중앙에 있는 세르겔광장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걸어서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이 정도면 당연히 걸어야 한다. 스톡홀름의 공기는 습도가 낮아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상큼함이 느껴진다. 걷다 보면 매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콘서트하우스도 지나게 되고, 올로프 팔메 총리의 묘가 있는 아돌프 프레드릭스 교회도 나온다.

스웨덴의 복지정책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올로프 팔메는 근처의 회토리에 지하철역 입구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았다. 한밤중에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총리에게는 경호원도 없었다. 팔메는 평소 경호원을 대동하라는 주위의 권고에 대해 매우 큰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스웨덴같이 열린 사회에서 경호원은 있을 수 없다.”그 자부심이 칼을 맞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아무런 치장도 없이 교회 뒷마당에 덩그마니 자리 잡은 팔메의 묘 앞에서 잠시 추모를 하고 조금 더 걸으면 공원 뒤로 도서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직육면체 위에 원통을 얹어놓은,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보았을 황토색 건물이다.

하늘로 향하는 듯한 원통형 구조가 인상적이고, 숲과 하늘을 배경으로 한 황토색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빨강에 노랑을 섞어 주황색을 만들고, 거기에 파랑을 조금 섞어 가라앉힌 색감이랄까. 건축가 군나르 아스프룬트가 설계한 이 건물은 이후 북유럽의 건축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북유럽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으레 들러보는 대표적인 북유럽 건축물로 꼽힌다.
 

▲ 스톡홀름시립중앙도서관 내부는 원통형 벽을 따라 3층의 서가가 이어져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책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 ‘장관’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은 넓은 원통형 구조로 벽을 따라 빼곡하게 서가가 진열되어 있다. 그것도 3층으로 거의 천정에 닿아 있어 눈에 보이는 면이 온통 서가이다. 서가를 따라 눈이 돌아가고, 몸도 돌아가 한 바퀴를 돌아서 제자리로 온다. 책의 세상 그 한가운데. 글자 그대로이다. 계단을 타고 서가를 따라 돌아본다. 1층을 돌고, 이어진 계단을 따라 2층을 돌고, 또 3층을 돌았다. 스웨덴어로 쓰여 있으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지만, 내용을 몰라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책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오롯하다.

위를 올려보면 높은 천정은 하늘을 떠올리게 한다. 높은 벽을 따라 창을 많이 내어 자연의 빛을 최대한 끌어들인 것도 개방감을 준다.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이런 구조는 이후 북유럽의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은 환경 탓이리라. 북유럽의 이름난 건축물 중에는 자연광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조를 갖춘 곳이 많은데, 그 독특함과 신비함만으로도 건축물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이 도서관의 뿌리가 민중도서관이었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도서관의 역사가 오래된 곳이 아니었다. 19세기에 교구를 중심으로 도서관이 있었지만, 특별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근대적인 도서관의 싹은 자각을 꿈꾸는 민중 속에서 자라났다. 견실한 신앙인들은 금주운동의 확산을 위해, 자유주의자들은 시민들에게 근대적인 권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소규모 독서모임을 조직했다.

독서모임을 하는 모임방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들이 읽는 책이 쌓이고,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소규모 도서관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런 도서관이 19세기말에는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있었는데, 1930년대에는 3400여개소에 달했다고 한다.

스톡홀름 시립 중앙도서관의 뿌리, 아니 스웨덴 전체 도서관의 뿌리가 이런 민중도서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은 도서관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는 아니지만, 이 민중도서관이 스웨덴 도서관의 특징을 규정하는 커다란 뿌리가 되고 있다.

그런 민중도서관의 뿌리 위에 군나르 아스프룬트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지었고, 다시 민중 지향의 의식은 도서관의 운영,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제 이 특별한 도서관의 운영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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