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 비리, 정부 대책에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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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 비리, 정부 대책에도 ‘여전’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4.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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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척결추진단, 전국 713개 단지에서 3435건 적발
도내 아파트 회계감사 대폭 개선…비적정비율 상위

최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 1년간 지자체·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아파트 관리 비리 일제 점검에 나선 결과를 발표했다. 부패척결추진단에 따르면 1년 전보다 회계 투명성은 높아진 반면 관리 비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북의 경우 외부회계감사 결과 전년 대비 비적정 비율이 강원도에 이어 두번째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부패척결추진단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청주시와 제천시의 공동주택 감사팀 운영이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외부회계감사 의무화 등 아파트 관리 비리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A아파트 횡령사건 ‘대표적’

전국의 아파트 비리는 여전했다.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 곳도 아쉽지만 청주였다. 청주시 봉명동 A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씨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65개월간 2억 7000만원을 횡령했다. 관리사무소에서 발행하는 각종 경비 청구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실제보다 과다 인출했다. 청주시가 지난해 7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지난 2월 도피 중이던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이 돈으로 개인 빚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입주민들이 입은 금전적 손실은 되돌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법도 다양하다. 부산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재활용 수입 등 8000만원을 무단사용하다 발각됐고,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간부가 운영 경비 5백여 만원을 개인통장으로 지급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수원의 한 아파트는 외부회계감사 결과 위탁관리업체가 주민운동시설 이용료 1300만원을 횡령했고,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하자보수보증금 2500만원을 허위 지출해 적발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비리가 의심되는 아파트 단지를 일제 점검한 결과, 713개 단지에서 3435건의 비리 또는 부정적 사례가 적발됐다. 이는 2015년보다 적발단지(128.5%)와 적발건수(173.7%) 모두 증가한 것이다. 청주시도 지난해 16개 단지에 대해 감사를 진행해, 수사의뢰 2건 등 225건을 적발했다.

적발 유형을 보면 관리비나 장기수선충당금 등 예산, 회계 분야 비리가 47%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승강기나 외부도색 등 공사 및 용역 분야 비리가 뒤를 이었다

부폐척결추진단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단속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한 정부의 종합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비리는 늘었다.

더 심각한 것은 부실 감사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2015년 처음 시행된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진행한 ‘15회계년도 외부회계감사보고서에 대한 심리’ 결과 절반 이상이 부실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된 전국 9009개 단지 중에 대량 수임 등으로 감사품질 저하가 의심되는 3349개 단지를 심리했다. 그 결과 1800개 단지에서 감사 절차 소홀 등의 부실감사가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파트 내부 공사 관련 부실감사 비중이 35.9%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입주민들에게 직접적인 금전 손실을 입히는 동시에 횡령 등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회계처리 투명성은 개선

한 회계사는 혼자 156개 단지의 감사를 맡았다. 한 단지당 1.3일동안 감사를 진행했으니 부실감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결국 이 회계사가 감사한 156곳 모두가 부실감사로 적발됐다.

반면 2015년 회계연도 외부회계감사 결과 9040개 단지 중 비적정 의견은 7.5%인 676개로, 2015년 대비 11.9%포인트 감소하는 등 회계처리 투명성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대구, 경남, 제주를 제외한 14곳에서 비적정 의견이 감소했다.

특히 충북은 2015년 32.2%에 달했던 비적정비율이 4.7%로 급감하며 강원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충북은 절대 지수에서도 울산(1.8%), 충남(3.2%)에 이어 비적정비율이 세 번째로 낮았다.

회계처리의 비적정 유형을 살펴보면 예적금을 실제 잔액보다 적게 계상하거나 퇴직급여충당금을 규정보다 많이 계상하는 등의 자산·부채 과대·과소 사례가 23.2%로 가장 많았다. 특히 2014년도와 비교해도 7%가 증가했다. 다음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을 규정상 부과해야 할 금액보다 적게 부과한 경우(15.6%)가 두 번째로 많았고, 수익이나 비용에 대한 계상 오류(15.1%)와 아파트 공사비 지출 근거 불분명(12.7%) 등의 순이었다.

정부는 통장관리 부실,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문제 등 반복해서 적발되는 고질적인 비리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자체 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시의 경우 중대한 비리사건보다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오기에 따른 지적사항들이 주류를 이룬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감사팀 운영을 통해 아파트 관리 비리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저가(?) 회계사, 외부감사 불신 키워

수임료 11만원, 혼자 156개 맡아…모두 부실 감사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막기 위해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적용하고 있는 외부회계감사제가 되려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살폈듯 회계사 A씨는 혼자 156개 단지의 회계감사를 맡았다.

그가 이렇게 많은 아파트의 회계감사를 맡은 배경에는 낮은 수임료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아파트 단지 회계감사비로 최저 10만 9000원을 받았다. 부실회계는 당연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부실감사를 막기 위해 낮은 수임료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회계사는 “외부감사보수를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부실감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외부감사에 대한 기준가격을 책정하려는 논의가 있었다. 최근 박순철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 부단장은 “국토교통부에서 외부감사의 수임료를 두고 논의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파트와 회계사 간 계약이 사적영역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거셌고, 수임료 정상화 논의가 흐지부지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외부감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아파트 측에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부실의 1차적 책임이 재무제표 작성자인 관리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회계감사의 부실을 막기 위해선 관리업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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